부모의 관심이 필요한 어린이 정신건강
아니 애들도 우울한가요?”아주 놀랐다는 표정으로 어머니들이 반문하는 것을 진료실에서 많이 듣는다. 실은 필자도 어머니의 그런 생각에 속으로 같이 놀란다. 어린이들은 각 발달 단계마다 수행·완수해야만 하는 과제들이 있다. 이런 과제를 수행해 나간다는 것은 어린이들에게는 두려움이고 커다란 모험이며 당연히 불안을 동반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끝없는 호기심과 탐구정신으로 이를 극복한다. 이런 과정에서 어린이가 타고난 기질이나 능력, 부모의 양육방식, 기타 어린이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적인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어린이들은 행동, 정서, 인지, 사회성, 적응상의 문제들을 보이게 된다.
소아정신과의 흔히 볼 수 있는 대표 질환들의 증상
이런 이유로 소아 정신과에서 흔히 보는 문제들을 몇 가지 살펴보면,
첫째, 자폐증, 정신지체, 언어 발달지연, 학습장애 같은 발달장애가 있다. 자폐증은 사람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심지어 엄마에게도 관심이 없어서 정상적으로 있어야 하는 분리 불안, 낯가림 등도 보이지 않는다. 나이에 맞는 언어발달이 없다는 이유로 병원을 처음 찾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 외에 반복적인 행동이나 놀이를 보이고 변화에 대해 심한 저항을 보인다. 친구가 와도 관심이 없지만 장난감은 오랫동안 가지고 놀 수 있다.
둘째, 주의력 결핍, 과잉운동 장애가 있는데, 집중하는 시간이 매우 짧아서 놀이나 숙제를 꾸준히 하지 못하고 오만 가지 참견을 다한다. 또한 행동이 많고 부산해서 집안의 물건을 자주 부수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 몸에도 크고 작은 상처가 끊이지 않는 충동적이어서 기다리거나 참는 일을 잘 하지 못한다. 아동의 5∼6%정도의 유병률을 보이고 있으니 매우 흔한 문제이다. 나중에 우울증, 분노에 찬 아이 , 청소년기의 비행 등 많은 후유증이 있다.
셋째, 틱 장애가 있다. 눈을 깜빡이거나 코를 찡긋거리는 운동 틱과 킁킁거리는 소리를 내거나 계속 코를 훌쩍거리는 음성 틱이 있고 이 두 가지가 같이 있는 투렛병이 있다. 이 증상이 일년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 이 또한 어린이의 자신감, 자아상, 사회성 등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넷째는 비행장애이다. 흔히 청소년기에만 비행을 저지르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소아기에 시작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어린이 문제의 연장이 청소년기의 비행으로 이어지는 것이므로 부모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다섯째, 우울증 같은 감정의 문제이다. 아이들은 어른 못지 않은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에 대처하는 능력은 오히려 부족하다. 또한 가족 내에 우울증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 더 유의해야 한다. 어른의 우울증에 비해 어린이는 감정자체의 문제는 물론 공격적 행동, 짜증, 수면과 섭식의 변화, 비행행동의 변화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여섯째, 불안장애이다. 엄마 없이는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경우, 과다한 기대 등의 중압감으로 애어른처럼 행동하고 걱정과 불안을 달고 다니는 경우, 어떤 생각이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자꾸 떠올라서 괴로워하거나 손을 반복해서 씻거나 문단속, 전기 단속하느라고 신경을 곤두세우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그 외에 야뇨증, 대변을 잘 못 가리는 아이, 반항행동이 문제인 아이, 부모 자녀간의 문제, 밤에 깨서 무서움에 떠는 등에 수면문제, 너무 많이 먹거나 안 먹는 등의 섭식문제, 나쁜 버릇을 가지고 있는 아이, 친구 사이에 지속적인 문제를 보이는 아이 등 사고, 인지, 감정, 사회성, 적응, 행동상의 문제를 보이는 여러 가지 경우가 있다.
어린이의 문제에서 나타나는 특징과 치료를 위해 바람직한 부모의 자세
이런 어린이들의 문제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한 어린이가 몇 가지 문제를 같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눈을 깜빡이는 아이가 산만하고 부산한 문제를 같이 가지고 있거나 부산한 아이들이 언어의 지연이나 부족을 같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또 대개 부모와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엄마가 잘못 키워서 그렇다는 식의 부모 탓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아이 자신의 문제,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되는 엄마와 아이가 만났지만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경우들을 다 고려해야 한다.
어린이에게서 생기는 심리적 문제들은 어른에서 생기는 그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게 교정이 된다. 또한 이런 문제들을 미리 인지해서 교정하면 더 큰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부모·자녀관계나 가족간의 문제를 다시 돌아보고 보강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럼 이런 어린의 심리 정신적 문제를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있어서 부모님들의 바람직한 자세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겠다. 우선 어른들은 이런 어린이들의 시각을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 또한 어린이 행동의 의미를 알아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유 없는 행동은 그리 많지 않다.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에 문제가 없고 공부만 잘하면 다른 부분에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큰 잘못이다. 문제해결의 실마리는 행동의 의미를 알아보는데서 시작되므로 어린이의 말을 경청하고 행동이나 표정을 주의 깊게 관찰하여야 한다.
부모의 태도는 일괄적이고 분명해야 한다. 요즘 같은 핵가족 하에서는 과거와 같이 부모가 아이의 조부모로부터 교육에 대한 조언을 들을 기회가 부족하고 아이를 맡아 키워야 하는 부담을 혼자 짊어져야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엄마는 자신의 컨디션에 따라서, 아이가 떼쓰는데 따라서 일괄적이지 못한 태도를 보이기 쉽다.
그러나 아이가 잘못했을 경우에는 벌주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하고 무조건 아이에게 주는 것이 사랑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벌주는 것을 구타와 동일시하면 안 된다. 어느 정도의 좌절은 아이의 발달에 꼭 필요하다. 그래야 양보도 알고 협동도 알고 자신의 욕망에 대해 참을 수 있는 것이다.
출처 : 국립서울병원소아청소년정신의학자료실: 건강길라잡이기사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