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행동과 관련 있는 위험요인
자살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요인은 개인적 요인에서부터 사회, 환경적 요인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신결전달물질의 불균형과 유전적 요인, 정신적 장애, 낮은 자기 효능감과 문제해결 능력, 성적 또는 신체적 학대, 약물남용, 폭력적인 헤비메탈 음악, 이혼과 같은 가족 기능의 붕괴,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청소년 자살 시도자들의 경우, 약물과 알코올 남용, 과거의 자살시도 경험, 우울과 같은 정서적 질환, 가족의 자살력 등이 중요한 위험요인으로 지적되었다.
자살시도와 자살을 통해 죽음에 이른 경우는 동기와 특징 그리고 위험요인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지만, 아마도 자살행동으로 인한 죽음을 가장 잘 예측할 수 있는 단일 요인은 과거의 자살 시도 경험일 것이다. 남자 청소년 자살 시도자의 1/5과 여자 청소년 자살 시도자의 1/3이 과거에 자살시도 경험이 있었으며, 또 다른 연구에서는 청소년 자살 시도자들 중 10%가 3달 내에 또 다른 자살을 시도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비율은 일반 청소년에게서 발생하는 자살 시도율보다 월등히 높음을 알 수 있다. 자살 시도 경험과 관련하여, 과거의 자살시도 당시에 사용한 방법이 치명적일수록 다시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또 다른 위험요인으로 정신적 문제를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Shaffer, Garland, Gould, Fisher 그리고 Trautman은 자살행동을 한 청소년의 67%가 반사회적 행동을 보였으며, Brent, Perper, Goldstein, Kolko, Allan, Allman 그리고 Zelenak은 자살 청소년 27명 중 92.6%가 최소한 한가지 이상의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었으며, Shaffer와 Gould는 200명의 청소년 자살자 중 약 절반 정도가 정신과적 치료 경험이 있다고 하였다. 또 Lewinsohn과 Shaffer는 자살에 성공한 청소년들이 대표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신장애로, 기분장애, 품행장애, 반사회적 성격장애, 약물남용을 들고 있으며, Rohde, Lewinsohn 그리고 Seeley는 양극성 장애, 우울장애, 주의결핍력장애, 품행장애 그리고 약물남용이 청소년 자살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우울은 자살행동과 깊은 관련이 있다. 우울증의 진단 기준에는 자살에 대한 생각과 자살행동이 포함되어져 있다. 누구나 절망이나 슬픔, 무력감을 느낄 때 일시적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쯤 경험하였겠지만, 우울증으로 진단을 받은 환자의 약 30%가 자살을 하였다는 연구 결과는 단일요인으로 우울증이 자살을 이끄는 매우 중요한 위험요인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이처럼 자살 청소년들은 오랫동안 학교, 가정, 사회에서 위에서 언급한 정신적인 문제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정신적 장애가 있는 모든 사람이 자살하는 것은 아니며, 평소에 문제를 보이는 청소년만 자살하는 것도 아니다. Apter, Bleich, King, Kron, Fluch, Kotter 그리고 Cohen과 Shaffer는 평소에 문제행동 또는 학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청소년들이 종종 자살을 한다고 지적하면서, 이들은 타인에게 완벽주의자 또는 엄격한 사람으로 지각되기도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자살행동의 예측이 매우 어렵고 누구나 자살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 약물이나 알코올 남용은 자살행동과 많은 관련이 있는데, 약물은 개인의 감정, 사고, 행동에 영향을 미쳐 억제력을 감소시켜 순간적이고 즉각적으로 자살행동을 하게 만드는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Hawton, Fagg, Platt 그리고 Hawkins는 약물남용과 여러 가지 정신적 장애가 자살 예측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하였다. 또 Brent 등의 연구에 의하면, 청소년 자살자의 1/3 이상이 자살 당시에 약물에 중독되어 있었으며, 그 이상의 청소년들이 약물의 영향하에 있었다. 다른 연구에서는 자살 청소년의 10%가 알코올 남용, 12%가 약물 남용자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약물이 자살행동에 매우 위험한 요인이라는 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또 알코올의 소비량과 자살률을 비교한 Diekstra에 의하면, 알코올 소비량의 증가는 자살률과 밀접한 상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울한 청소년이 약물남용을 할 경우, 자살의 위험성은 심각할 정도로 높아진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적 사건 역시 자살행동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청소년 자살 시도자들은 일반 청소년에 비해 외로움을 많이 느끼며, 가족간의 문제 예를 들어, 부모와의 이별, 보호자가 바뀌는 것, 생활 환경의 변화를 더 많이 경험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또 Hendin은 청소년들이 경험하는 일상적인 스트레스의 정도와 자살률은 정적인 상관이 있다고 하였다. Elkind는 청소년기 자살률의 증가는 사회적으로 많은 기대와 책임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하였으며, 특히 주변의 기대가 자신의 발달 수준이나 능력보다 높을 때 실패와 사회적 불인정을 경험하게 되고 이러한 불인정은 자살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견해는 최근의 청소년 자살률이 과거에 비해 높은 이유가 과거에 비해 오늘날의 청소년들이 일상적으로 더 많은 스트레스적 사건을 경험하기 때문이라고 부분적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대중매체 역시 청소년 자살행동과 관련이 있다. TV 또는 신문의 자살에 관한 보도는 청소년에게 민감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대중매체에서 자살기사를 크고, 생생하게 다룰수록 이러한 효과는 더욱 커진다는 사실이 많은 연구에 의해 밝혀졌다. 자살에 대한 가상적인 이야기도 자살행동과 관계가 있는데, Gould와 Shaffer는 TV에서 자살을 주제로 다룬 영화가 방영된 이후, 그 지역의 자살률이 일시적으로 증가하였다고 보고하였으며, 다른 연구에서도 동일한 결과를 얻었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책이나 TV에서 묘사된 자살 사건은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자살을 특이한 사건이 아닌 친숙하고 일반적 사건으로 생각하게 한다. 따라서 매체에서 묘사되는 자살사건은 현실과 가상에 대한 구분 능력이 떨어지는 청소년에게 자살을 하나의 문제해결 방법으로 쉽게 생각하게 하여 모방 자살(베르테르 효과)을 유발하게 된다.
특히 청소년들은 자신이 접한 자살사건과 동일한 방법을 통해 자살행동을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어 청소년에게서 모방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청소년들의 모방 자살 현상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우상 역할을 하는 인기 연예인이나 친구의 자살 역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대중매체에서의 자살 묘사뿐만 아니라 모든 유형의 폭력으로 인한 죽음도 청소년 자살에 영향을 미치며, 최근의 몇몇 연구들은 '헤비메탈' 음악이나 문화가 청소년의 자살과 관련되어진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따라서 대중매체에서는 자살이나 폭력에 대한 보도와 이를 주제로 한 기사, 영화 등의 제작에 각별한 주의를 해야만 할 것이다.
또 가정의 기능적 역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수록, 예를 들어, 부모-자녀 간에 갈등이 심하거나, 부모가 우울, 약물, 알코올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가정의 청소년 들은 일반 청소년에 비해 높은 자살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다. Pfeffer는 자살을 하는 청소년의 가정은 부모와 극단적인 긴장상태를 유지하며, 가정 분위기가 폐쇄적이어서 부모-자녀 간에 정서적 분리가 일어난다고 지적하면서 가정적 요인을 강조하였다. 이와 같이 가정에서 정서적 지원을 받지 못한 청소년은 낮은 자존심, 낮은 사회적 지원, 권위에 대한 도전, 높은 스트레스, 학교에서의 낮은 성취, 알코올과 약물남용 등과 관련되어진다. 특히 가족 구성원 중에서 자살 경력이 있는 가정의 청소년일 경우, 위험요인은 일반 청소년에 비해 더욱 높으며, 가족간의 유대가 밀접할수록 청소년의 자살률은 감소한다. 즉 가족간의 유대는 청소년에게 사회적 지지로 작용하여 자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는 요인으로서 작용하게 된다.
다른 요인으로 학업 실패, 이성 친구와의 갈등 또는 이별, 부모의 꾸중이나 처벌과 같은 부정적 경험에 의해 갑자기 청소년 자살이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Horberman과 Garinkel은 이성 친구 또는 부모와의 언쟁이나 갈등, 학업 문제 등이 청소년의 갑작스러운 자살을 유발하는 일반적인 촉발요인이 된다고 하였다. 자살의 또 다른 촉발요인으로 신체적인 처벌과 학대 경험 등을 들 수 있으며, 특히 신체적이고 성적인 학대는 여자 청소년에게 매우 위험한 자살요인으로 작용한다.
몇몇 연구자들은 개인의 사회적 기술과 부적절한 동료 관계는 청소년의 자살시도와 관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즉 자살 시도자들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동료와 빈번하고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일상적 사건에 대한 부적절한 해결 기술과 대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우울감, 무희망 등을 느껴 자살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자살행동과 유전적 요인과의 관계는 쌍생아 연구를 통해 일란성 쌍생아가 이란성 쌍생아에 비해 자살행동 일치율이 높다고 보고되고 있다. 또 자살을 시도한 사람과 생물학적인 가족 관계가 있는 사람은 비록 자살시도력이 없는 가정에서 양육된다할지라도 통제집단에 비해 자살행동의 가능성이 높으므로 유전적 요인도 자살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추론해 볼 수 있다.
또 최근 자살행동과 관련된 또 다른 위험요인으로 생물학적 요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생물학적 연구들은 자살행동을 신경생물학적 요인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특히 신경전달물질인 세러토닌의 부족과 자살행동간의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 자살행동과 관련된 위험요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심각하게 고려해야만 하는 문제가 있다. 사실 이러한 위험요인에 대한 발견과 확인이 자살행동의 이해에는 어느 정도 도움을 주지만, 특정 개인의 자살행동을 예측하기는 매우 부정확하다. 왜냐하면, 자살은 발생확률이 매우 낮은 행동이고, 아직까지는 위험요인에 관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록 현재까지 밝혀진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지만 결코 자살행동을 하지 않는 청소년들이 많으며, 잘못된 예측을 할 수도 있다. 또한 자살행동에 관한 많은 연구들이 자살 시도자를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연구결과로 밝혀진 위험요인이 죽음으로 이어지는 자살에는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위험요인의 적용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며, 이에 대한 보다 많은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출처: 청소년 문제 행동, 한상철·김혜원·설인자·임영식·조아미 공저,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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