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예방교육 프로그램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또 다른 접근으로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들 수 있는데, 이 접근은 최근 들어 가장 각광을 받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교육을 통해 청소년 자살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있다. 따라서 프로그램은 정신건강 전문가가 학생, 부모, 교사 등을 대상으로, 청소년 자살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을 증가시키고,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자살 위험성이 높은 청소년을 식별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지역 사회의 관련기관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시키는 것이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청소년 자살의 현황, 자살자의 경고적 징후, 우울의 증상, 지역 사회 관련기관의 목록, 동료와의 상담 기술, 자살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는 동료를 발견하였을 때의 행동 요령 등에 관한 교육과 토의 등을 통해 자살을 예방하고자 한다.
자살 예방교육 프로그램은 프로그램에 따라 그 내용이나 구체적인 방법에서 차이가 있지만, 이들이 가정하고 있는 이론적 관점은 대개 동일하다. 즉 대부분의 자살 예방교육 프로그램은 자살이 정신적 질환보다는 스트레스에 의해 일어난다고 전제하고 있다. 즉 자살은 극심한 심리, 사회적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며 정신적 질환의 영향을 덜 강조한다. 따라서 교육 내용에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이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것이 아니며 모든 사람이 자살을 저지를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이러한 전제는 실제로 자살 의도와 계획을 가지고 있는 개인들이 스스로 자신을 비난하거나 낙인찍는 경향을 감소시키며 주변의 도움을 쉽게 요청할 수 있게 한다.
300개가 넘는 다양한 자살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고찰한 한 연구에 의하면 가장 효과적인 프로그램은 경험적인 사실과 자료에 근거한 프로그램이라고 하였다. 즉 프로그램의 주 대상 집단 구성원이 경험하는 문제와 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제대로 포함해야만 프로그램의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한 효과적인 프로그램이 되기 위해서는 평가 자료의 축적을 통해 어떤 방법으로 프로그램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지속적인 피드백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자살 예방 프로그램들은 위에서 지적한 부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살 예방교육 프로그램은 또 다른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대개 예방교육에서는 청소년 자살에 대한 관심의 증가를 위해 청소년 자살률을 조금씩 과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과장은 청소년들로 하여금 자살이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살을 문제해결의 한 가지 방법으로 생각하게 하고, 주변 친구의 자살 가능성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고 염려하는 과잉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또한 자살행동의 위험이 높은 친구나 청소년을 발견하는 방법을 사례를 통해 학습한 청소년은 자신의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 사례에서 묘사된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데, 이러한 우려는 Gibson과 Range(1991)의 연구에서 간접적으로 증명되었다.
특히 이러한 예방교육 프로그램이 자살에 관한 지식의 전달에는 약간의 효과가 있지만, 자살에 관한 태도와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는 별로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연구가 많고, 어떤 경우에는 이러한 교육에 참가한 후 남학생의 부적응적인 대응 반응이 증가하여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났다는 연구도 있다.
사실 이러한 예방교육 프로그램은 청소년 자살의 위험요인을 제거하고 감소시키기보다는 위험요인의 확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는 효과적인 자살 예방을 하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청소년 자살행동의 효과적인 예방은 한 가지 측면만을 다루는 프로그램만으로는 불가능하므로, 개인의 내적 적응력이나 문제해결 능력 혹은 사회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 그리고 외부 환경적 스트레스 요인을 줄여가면서 자살행동의 위험요인을 감소시키는 여러 프로그램들의 통합적 실시와 가정, 학교, 지역 사회 및 정보의 연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자살 예방 프로그램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자살 징후에 대한 예방교육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자기 이미지를 갖게 하는 프로그램, 동료관계나 대인관계 향상 기법, 문제해결 능력 향상 프로그램과 긍정적인 의사결정 능력 향상 프로그램, 스트레스 통제기술 그리고 자살시도 가능성을 감소시키기 위한 기본적인 정신건강과 관련된 교육을 개인이나 청소년 집단에게 제공하여야 한다. 특히 Cole(1989)은 문제해결 위한 기술 훈련과 자기 효능감을 증가시켜 주는 프로그램이 청소년의 자살 예방노력 중에서 가장 효과적이라고 하였다.
또한 가족 유대감의 향상, 지역 사회의 지지망을 구축시키는 프로그램 역시 필요하다. 이러한 가족의 지원은 아동과 청소년의 적응과 발달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여, 비행이나 자살과 같은 문제행동을 감소시켜 주며, 사회적 유능성을 증가시켜 준다. 또 교사를 대상으로 청소년의 자살 특징, 상담기법, 자살자의 경고적 징후의 발견법과 대처 방법과 위기해결 방법 등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다. 교사를 대상으로 한 이러한 교육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였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인 결과(위에서 언급한 자살 예방교육 프로그램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지역 사회에서는 청소년 자살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편견을 수정하는 캠페인 등을 실시하고, 자살 위기에 처한 청소년들이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관련 기관을 체계화하고, 경찰, 상담자, 사회복지사, 간호사, 의사 등이 전문적인 자살 방지 요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도 실시되어야 한다.
출처 : 청소년 문제행동, 한상철·김혜원·설인자·임영식·조아미 공저, 학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