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나 TV 등의 매체를 통해 유명인들의 자살 소식을 접했을 때 우리 국민들은 누구나 놀라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외래를 찾는 환자들로부터 그런 유명인들도 죽음을 선택하는데 나도 따라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됩니다. 이제는 자살이 너무나 가볍고도 선정적으로 보도되어 사람들도 무디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또한 그러다 보니 다들 죽음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전문가들에 의하여 위험 요인 평가, 위험군 관리 및 정신질환의 치료를 포괄하는 자살 예방을 위한 폭넓은 전략들이 개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사망하는 사람들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국내에서는 매 30분에 1명꼴, 하루에 40명 이상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08년 대비 무려 20% 가까이 증가한 수치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의정부성모병원 응급센터에도 한 해에 약 300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자살 시도로 내원하고 있습니다. 거의 하루에 한 명은 자살 시도로 인해 내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살은 단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가족 친구 치료진 더 나아가 사회 전체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사회적 문제입니다. 자살은 어려운 상황으로부터 빠져나가는 대응 방안이 아니라, 주변 사람과 자기 자신에게 더 괴롭고 힘든 결과를 남기는 극단적 선택일 뿐입니다. 그러나 자살 충동 또는 시도 문제가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환자 본인도 보호자도 당황해 하며 상황이 악화되도록 방치한 경우를 부지기수로 만나게 됩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정신과 의사로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적절한 평가와 치료를 통해 지금보다 나은 상태가 될 수 있음을 믿고 빨리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으라는 것입니다.
정신과에서는 일차적으로 체계화된 평가도구로 정신상태검사∙심리검사 등을 하여 자살의 원인이 되는 위험요인들을 감별하고 우울증∙불안장애 등과 같은 동반된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절차를 밟습니다. 본원 응급센터를 내원한 환자들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약 80%의 환자들이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우울증의 조기 발견 및 적극적 치료가 필요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살 충동이 심하거나 자살 시도를 한 경우 대부분 정신과에 입원하여 약물치료와 정신치료 등 동반 질환에 대한 치료, 질환에 대한 교육, 향후 증상의 악화나 자살시도 재발 방지를 위한 지속적 상담 등을 받게 됩니다. 또한 같은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자조모임을 소개하고, 퇴원 전에는 지속적인 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환자와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안내합니다. 본원에서 조사해본 결과 자살 시도 환자의 약 70%는 정신과 외래를 다시 방문하여 치료를 받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런 환자들일수록 충동적이고 반복적으로 자살을 시도하기 때문에, 추가 자살 시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족들이나 주위에서 정신과 외래로 치료를 이끄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자살 시도 환자들은 우울증이나 양극성장애와 같은 기분장애를 앓고 있기 때문에 기분장애 치료 약물을 복용하게 되는데, 약의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시는 분들을 많이 봅니다. 우울증 치료에 준하여 설명하면, 현재 항우울제는 기존의 삼환계항우울제, 단가아민효소 억제제보다 훨씬 부작용이 적은 선택적 세로토닌 흡수 저해제, 머타자핀, 부프로피온, 벤라팍신, 듀록세틴 등의 약물이 일차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약물들은 치료 초기 일시적 불면이나 과다수면, 두통, 소화장애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나 대개 경미하고 적절한 용량과 기간으로 사용할 경우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또한 정신치료, 상담 등 지속적으로 치료를 병용하며 정신과 의사의 처방대로 약을 복용한다면 부작용을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우울증의 경우에는 대개 한 두 달의 치료로 거의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복되어 원인이 어떻든지 간에 마음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자살 충동을 느끼는 친구나 가족을 곁에서 보고 있는 것도 참 괴로운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자살을 결정하는 원인이나 결정 과정은 개인마다 다양하고, 때로는 당사자를 잘 안다고 생각하더라도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앞서 얘기했듯 이런 분들은 대부분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곧 나아질 것이라는 섣부른 위로나 일시적 대책이 도움이 되지 않으며, 때로는 오히려 당사자들의 절망감을 악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따뜻한 말로 정신과 진료를 권유하시고, 주위 사람들에게 위험성을 알려서 함께 대처하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노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 인구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데, 본원을 찾은 노인 자살 시도 환자들의 경우는 보다 심각하고 치명적인 방법으로 자살을 선택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해줍니다. 가을은 참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울긋불긋 선명한 단풍과 청명한 하늘, 신선한 공기 속에서도 모든 것들을 회색빛으로 보며 마음 속으로 울고 있는 지인이 곁에 있다면 따뜻한 시선이라도 꼭 전해줄 수 있는 가을이 되었으면 합니다. 자살 예방은 주변인의 관심과 적극적인 치료 권유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자살 예방, 이렇게 도와주세요! (가톨릭중앙의료원 건강칼럼, 가톨릭중앙의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