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이래로 자살은 아동 청소년의 죽음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사망 원인이다. 한국의 여자 아동 청소년은 남자에 비해 자살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계획하며, 시도하지만 자살 시도 후 병원 치료율은 낮다. OECD 회원국에 비해 우리나라 여자 아동 청소년의 자살률은 월등히 높고, 10대 자살률 성비는 대등한 비율을 보인다. 여자 아동 청소년의 특성에 따른 예방 및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청소년 자살 국제 비교
현재 한국의 심각한 사회문제는 우리나라를 이끌고 나아갈, 밝음의 상징인 아동 청소년의 자살률이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의 ‘사망원인통계’ 자료에 따르면, 2003년 아동 청소년(10~19세)의 사망 원인 1위는 ‘교통운수사고’로 집계되었다(통계청, 2004). 그러나 2009년 이래로 자살은 우리나라 청소년의 죽음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부상했다(통계청, 2010~2014).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도 2009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6년째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박종일 외, 2010; 한국방정환재단 ·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2014).
한국 아동 청소년의 자살률은 OECD 국가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95년부터 2012년까지 세계보건기구(WHO) 사망 데이터(mortality raw data)와 OECD 인구 데이터(population data)를 결합해 아동 청소년(10~19세) 자살률을 비교한 결과, 한국 아동 청소년의 자살 수준은 성별에 따라 다른 특성을 보인다.
한국 남자 청소년의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5.15명)는 OECD 평균 수치(6.2명)보다 낮지만, 여자(4.36명)는 OECD 평균치(2.25명)보다 월등히 높아 OECD 회원국 가운데 2위를 차지한다(교육부 · 자살과 학생정신건강연구소, 2015). 이와 같은 양상은 다소 완화된 수준이지만, 스웨덴과 일본에서도 관찰된다.
스웨덴의 남자 청소년 자살 사망자 수(4.69명)는 OECD 청소년 평균보다 낮지만, 여자 청소년 자살 사망자 수(3.02명)는 OECD 회원국 평균치보다 높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남자 청소년 자살 사망자 수(5.17명)는 OECD 청소년 평균보다 낮고, 여자 청소년(2.82명)은 OECD 평균보다 조금 높다. 실질적인 수치만 보았을 때, 한국, 일본, 스웨덴 모두 남자 아동 청소년의 자살률이 여자 아동 청소년보다 높다. 그러나 OECD 회원국의 아동 청소년 평균 자살률에 대비해, 남자 아동 청소년은 상대적으로 낮고, 여자 아동 청소년은 높다.
이러한 성별 간 특이성은 국내 자살률 관련 자료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학생 자살 사안과 관련해 학교 교사가 직접 작성한 ‘학생자살실태보고’ 자료에 따르면, 2014년(1~12월, 96명)과 2015년 상반기(1~7월, 54명) 동안 총 자살한 학생 수는 150명이다. 이 중 2015년 상반기 남녀 학생 자살 성비(1.2:1)는 2014년 수치(1.7:1)에 비해 감소해 거의 대등한 비율을 보인다(교육부 · 자살과 학생정신건강연구소, 2015).
연령별 자살률 성비에서도 독특한 특성이 나타난다. 2013년을 기준으로 남녀 간 자살률 성비는 10대(1.38%)에서 가장 낮고, 이후 연령에서 계속 증가해 60대(3.51%)에서 가장 높다. 30세 미만의 연령층에서 남녀 간 자살률 성비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낮게 집계되었다.
성별에 따른 청소년 자살 특징
아동 청소년 자살은 성별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이탈리아에서 998명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여자 청소년은 남자 청소년에 비해 자살과 자해(self-harm)를 실행하겠다는 생각을 좀 더 빈번하게 했고, 특히 고연령층 여학생은 자살 생각(suicidal ideation) 고위험군 성향을 보였다(Baldry & Winkel, 2003). 서울 시내와 수도권 신도시 및 부산 시내의 남녀 고등학생(1, 2학년) 6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연구에서도, 여학생은 남학생보다 자살 생각 경험 정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전영주 · 이숙현, 2000).
핀란드의 아동 청소년(12~17세) 정신과 환자(psychiatric patients) 157명을 대상으로 자살 경향성(suicidality)과 흡연 간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에서도, 남자 청소년에 비해 여자 청소년의 자살 생각 경험 여부는 더 높았고, 자살 시도(suicide attempts)와 자해 행동도 더 빈번하게 발생했다(Mäkikyrö et al., 2004).
이 연구에서 흡연 여자 청소년은 비흡연 여자 청소년보다 더 빈번하게 자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한국 청소년 931명(만 11~18세)을 대상으로 자살 생각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살펴본 연구에서도, 여자 청소년이 남자 청소년보다 자살 생각을 더 빈번하게 했고, 여자 청소년의 흡연 여부는 자살 생각 위험성을 높였다(김지수, 2012).
그러나 이러한 자살 생각, 시도에서 남녀의 정도 차이는 실제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1985년부터 1997년까지 오스트레일리아 남부의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South Australia)주와 미국의 샌디에이고 카운티(San Diego County)에서 발생한 16세 미만 청소년의 실제 자살 사고를 비교한 결과, 남자 청소년의 자살 사망 수가 두 지역 모두에서 여자 청소년보다 높았다(Byard et al., 2000).
청소년 정신 건강 문제
자살 행위(suicidal behavior)는 자살 생각, 계획, 시도, 실행 등을 모두 포괄하는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다(O’Carroll et al., 1996). 연속적 개념인 자살 행위와 관련성이 높은 정신 건강 측면을 중심으로 청소년 자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자살은 다양한 요인이 상호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생하는 사건으로, 특히 우울증이나 정신적 스트레스 요인과 관련이 높다. 청소년 자살 생각(suicidal ideation)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에 관해 연구한 논문 총 68편을 메타 분석한 결과, 심리적 변인(psychological variables)의 영향이 가장 컸고, 하위개념으로 우울, 무망감(hopelessness), 생활 스트레스(daily stress), 소외감(alienation) 순으로 연관이 있었다(김보영 · 이정숙, 2009).
전국 16개 시도의 남녀 초(4~6학년), 중 · 고등학생(1~3학년) 8745명을 대상으로 자살 생각 여부를 묻는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심리적 변인으로 우울은 모든 청소년기와 성별에 걸쳐 자살 생각(최근 1년간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정도)을 예측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김원경, 2014). 특히 청소년 초기에 비해 중기와 후기로 갈수록 더욱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청소년기는 성인이 되는 준비 단계로서 심신이 건강해야 할 시기다. 그러나 우리나라 청소년의 정신 건강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좀 더 취약한 상태다. 우리나라 청소년(중1~고3)의 건강 행태를 알아보기 위해 실시하는 ‘청소년 건강 행태 온라인 조사’에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총 57만8200명의 청소년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우리나라 청소년의 스트레스 인지율과 우울감 경험률, 자살 생각률은 성인(19세 이상)의 수치에 비해 매년 꾸준히 높은 경향을 보인다(교육과학부 · 보건복지부 · 질병관리본부, 2012).
청소년 정신 건강 행태를 주기적으로 조사한 내용을 통해 지난 10년(2005~2014년) 동안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청소년 5명 중 2명은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며(37.0%), 5명 중 1명은 우울감 경험(26.7%)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교육부 · 보건복지부 · 질병관리본부, 2014a). 또한 고학년일수록 스트레스 인지와 우울감 경험률도 높았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스트레스 인지율(평상시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끼는 편인 청소년의 분율)에서 남학생은 30.8%로, 여학생 43.7%보다 낮았다. 학교 급별로는 일반계 고등학교(남 34.0%, 여 47.5%), 특성화계 고등학교(남 32.3%, 여 48.2%), 중학교(남 27.7%, 여 39.6%) 순으로 높았다. 지난 10년(2005~2014년)간 추이를 볼 때, 남녀 학생 모두 감소하는 경향을 나타낸다(교육부 · 보건복지부 · 질병관리본부, 2014b). 학년별 차이를 비교해 보면, 중 · 고등학교 남녀 학생 모두 2005년부터 2010년까지는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이후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우울감 경험률(최근 12개월 동안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는 사람의 분율)에서 남학생은 22.2%로 여학생 31.6%보다 낮았으며, 학교 급별로는 일반계고(남 25.3%, 여 32.9%), 특성화계고(남 23.2%, 여 34.1%), 중학교(남 19.4%, 여 29.9%) 순으로 높았다.
10년간 우리나라 청소년의 스트레스 인지와 우울감 경험은 중 · 고등학교 남녀 학생 모두 감소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성별 간 차이가 나타나는데 남학생의 10년간 스트레스 인지율 평균치는 37.0%, 여학생은 50.1%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약 1.4배 높았다. 남학생의 10년간 우울감 경험률 평균치는 29.9%, 여학생은 40.1%로 마찬가지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약 1.3배 높았다. 10년간(2005~2014년)의 자료를 종합해서 살펴볼 때, 스트레스 인지율과 우울감 경험률에서 뚜렷한 성별 차이가 존재하고, 여자 청소년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심리적 요인과 함께, 청소년 자살 행위의 특성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자살 생각률(최근 12개월 동안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사람의 분율)에서 남학생은 11.0%로 여학생 15.4%보다 낮았다. 학교 급별로는 남학생은 일반계 고등학교(11.9%), 중학교(10.4%), 특성화계 고등학교(9.7%) 순으로 높았고, 여학생은 중학교(16.6%), 특성화계 고등학교(14.6%), 일반계 고등학교(14.1%) 순으로 높았다.
10년간 추이에서, 중 · 고등학교 남녀 학생 모두 지속적으로 감소 경향을 보인다. 수치가 낮아진다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자살 생각이 있는 상태부터 자살을 시도할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조사 청소년의 약 13%가 ‘자살위험군’에 속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청소년의 정신 건강 상태가 우려할 수준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살계획률(최근 12개월 동안 자살하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적이 있는 사람의 분율)은 4.4%, 자살시도율(최근 12개월 동안 자살을 시도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의 분율)은 2.9%, 자살 시도 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학생은 0.5%였다.
좀 더 실질적으로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살 시도 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학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연도별(2010~2014년) 추이를 살펴보면, 2010년보다 2014년 병원 치료 빈도 평균치가 낮은 지역은 부산, 대구, 광주, 울산, 경기, 강원, 충북, 경남, 제주 지역이다.
성별에 따라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지난 10년간(2005~2014년) 한국 여자 아동 청소년의 자살생각률 평균치(남, 15.6%; 여, 15.4%)와 자살시도율 평균치(남, 3.4%; 여, 5.8%)는 남자 아동 청소년보다 높다. 2011년부터 조사 내용에 포함된 자살계획률 평균치(2011~2014년)에서도 여자 아동 청소년(6.8%)이 남자(4.9%)보다 높다. 그러나 자살 시도 후 병원 치료 경험은 2010년과 2014년 모두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높다.
우리나라 여학생들의 경우, 사회적으로 남성중심문화에서 양성평등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혼재되는 가정에서의 기대와 사회에서의 기대가 심리적 스트레스를 강하게 일으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남학생의 경우 좀 더 긴급한 치료를 요하는 과격한 자살 시도를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종합적으로 한국 여자 아동 청소년이 겪는 심리적 어려움의 특수성에 기반을 둔 예방 및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청소년 자살의 심각성 (자살 예방 커뮤니케이션, 2015. 11. 1., 커뮤니케이션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