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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3-29 14:01
어린아이한테도 우울증이 오나요?
 글쓴이 : 한국청소년…
조회 : 10,330  

어린아이한테도 우울증이 오나요? 


 아이들은 그저 밝아서 우울증이 없을 거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아이들도 어른과 마찬가지로 어떤 일에 좌절하거나 상실감을 느낄 때 우울증이 나타날 수 있고, 이런 일은 의외로 성인이 겪는 것만큼 흔합니다. 우울의 문제가 일시적인 증상이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지속적이라면 소아우울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울한 사고는 아동의 성격 일부가 될 수 있고, 치료받지 않은 소아의 우울증은 만성적으로 성인기까지 장기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서 빠른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소아, 청소년의 10~15퍼센트는 우울증상을 경험하고, 7~12세 사이 아동의 2퍼센트는 우울증을 앓습니다. 우울증을 가진 청소년의 절반가량은 술, 담배, 약물에 손을 댑니다. 그리고 알려진 바대로 청소년 사망원인 1위인 자살은 우울증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아동기의 우울증을 말할 때는 먼저 우울증의 기준부터 좀 다르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인기에는 갑작스러운 스트레스 혹은 지속적인 대인관계문제와 성격문제가 있을 때, 지친 뇌가 분노, 자책 등의 과정을 거쳐 우울감을 보일 때 우울증이라고 하는데요. 아동의 경우 장시간 스트레스에 노출되었거나 성격문제로 인해 우울증이 오기도 하지만, 타고난 기질 혹은 부모나 주변가족들 간의 갈등이 관련된 경우가 많습니다. 성인우울증의 주된 증상은 온종일 우울한 기분이 지속되고 거의 모든 활동에 대해 흥미와 즐거움이 현저하게 저하되는 것인데요. 

 초등학생의 경우 아이가 평소와 달리 시무룩하거나, 동생을 괴롭히거나,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는 등의 모습으로 나타나 부모가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같은 반의 약한 아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른다거나, 부모 돈을 훔쳐서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사주거나, 숙제를 안 하고 거짓말을 한다거나, 게임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등 아이가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할 경우 그리고 두통이나 복통 같은 신체증상을 호소할 경우, 일단 우울증과 같은 정서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너무 많이 자거나 너무 많이 먹기도 하고, 멍하고 행동이 느려지거나 지나치게 초조해하기도 하고, 성적부진 등의 문제를 보이기도 하죠. 따라서 부모의 세심한 관찰이 중요합니다. 특히 등교를 거부하거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면, 반드시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아이의 변화는 제3자가 더 정확히 포착할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 풀죽은 모습으로 수업시간에 엎드려 있고 과제를 제때 해내지 못하는 등 수업태도와 수행에 문제를 드러내던 한 여학생이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어머니와 함께 내원한 적이 있습니다. 면담과정에서, 이 여학생의 부모가 남편의 외도로 인해 최근 이혼했음이 밝혀졌습니다. 어머니 또한 매우 우울한 상태였죠. 이 여학생은 외동딸로 평소 어머니와 밀착된 생활을 해왔는데, 최근의 변화와 더불어 무기력한 엄마의 모습에 크게 불안해했습니다. 이 경우, 어머니는 아이의 변화를 눈치 채기 힘들며, 주변사람들의 조언을 거부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아이의 우울증을 알아채기 어려운 것은 그 양상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데다 부모문제와 관련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아동기의 정서적 문제를 평가할 때 가장 난관이 되는 부분은 사실 그 부모라 볼 수 있습니다. 모든 문제에 앞서는 것이 아이의 기본기질과 부모의 양육태도인데, 부모 입장에서는 자신의 문제점을 자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죠. 우울감의 원인으로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에 의한 생화학적 원인, 유전적 원인, 환경적 원인 등이 논의되지만, 아이들의 경우 그중 환경적인 요인이 중요하며, 가족 간의 갈등, 학업부진, 학교부적응, 친구들과의 갈등 등이 관련된 경우가 많습니다.


 자녀의 우울증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려면, 부모는 평소 자녀의 심리상태에 관심을 기울이고 행동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죠. 충분한 수면과 운동이 필요하고, 학교나 집에서의 긍정적 유대감이 필요합니다. TV 같은 매체 시청을 줄이고 다른 아이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신체활동을 격려해주세요. 아이가 자신의 기분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가정 분위기를 만드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가 우울해한다면, 부모는 아이의 바람직한 행동을 강화하고, 처벌적이고 강압적인 방법을 덜 사용해 긍정적인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아이에게 ‘나는 좋은 사람이다’라는 긍정적 메시지의 이야기를 자주 해주고, ‘부모는 나를 사랑하고 나에게 관심이 많다’는 점을 전하기 위해 가족단위의 놀이를 하는 것도 좋습니다. 문제에 대해 빨리 해결책을 내려 하지 말고, 아이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해주세요. 아이를 비난하지 말고, 공감하며 경청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울증에 효과적인 인지치료기법을 아이에 맞게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아이가 일상경험이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을 완화시키기 위해, “다른 식으로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등의 질문을 던져 아이 스스로 자신의 부정적 사고경향을 느끼게 하고, 이를 현실적ㆍ긍정적인 사고로 변화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인사했는데 친구가 인사를 받지 않을 때, 아이는 ‘친구가 나를 무시하는 게 분명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때 “혹시 다른 이유는 없었을까?”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볼까”라는 질문을 던져주세요. 친구가 인사하는 소리를 못 들었을 수도 있고, 엄마에게 혼이 나 기분 나쁜 상태라 인사를 제대로 받지 못했을 수도 있는 거니까요. 친구가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했을 때는 기분이 나쁘고 화가 나겠지만, 단순히 친구가 인사하는 소리를 못 들은 거라면 그럴 이유가 사라집니다. 친구가 기분 나쁜 상태라 인사를 못 받은 거라면, 오히려 친구의 기분을 위로해주고 싶어질 거고요. 이런 감정반응 후에는 친구에게 다시 말을 걸면서 “아까 내가 하는 말 못 들었어?” 하고 물을 수도 있고, 우울감에 빠지지 않은 채 하던 일을 계속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우울증을 부정적인 진흙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태라고 하면, 이 진흙에서 빠져나오려고 할 때 붙잡고 있는 진흙괴물을 상상하게 하고, 진흙괴물에게 말대꾸하기를 하여 긍정적 자신감을 형성하도록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아이에게 자신의 강점을 써보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출처 : 가족심리백과, 송형석 외 4인, 시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