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의 뇌는 불필요한 시냅스(신경세포 접합 부분)를 제거한다. 필요한 신경회로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제거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것이다. 정유숙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청소년이 인터넷 게임에만 몰두하면 그와 관련된 신경회로가 단단해지면서 나머지는 필요 없다고 판단하고 제거한다”며 “뒤늦게 공부에 몰두하려 해도 게임에 적합화된 뇌를 되돌리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의 무분별한 스마트폰 사용을 방치하는 것은 스마트폰 중독으로 내모는 거나 다름없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국회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0대 청소년 가운데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고위험군+잠재적 위험군)은 2013년 25.5%에서 2016년 30.6%로 늘었다. 청소년 10명 중 3명꼴이다.
“인터넷 중독 뇌는 비정상”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에 중독된 청소년의 뇌는 마약과 술에 중독된 사람과 유사한 기능 장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전문가들이 사회와 단절될 정도로 장시간 인터넷을 하는 청소년의 뇌를 MRI(자기공명영상)로 관찰한 결과, ‘비정상’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중국 상하이 정신건강센터가 인터넷 중독 장애로 진단받은 17세 청소년들의 뇌를 검사했더니 백색질에 손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백색질은 뇌의 신경세포가 물려 있는 곳으로 감정표현, 주의력, 결단력, 인지기능 조절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백색질 손상은 술과 코카인 중독자에게서도 흔히 관찰된다.
미국정신과협회에서는 2014년 관련 연구 13건을 종합한 후 ‘인터넷 중독 장애를 보이는 청소년의 뇌에서는 비정상적인 특징이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이 때문에 우울증, 자살 충동, 알코올·약물 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사회적·인간적 관계보다 온라인에 몰두하는 행동은 중독이다. 중독에 의한 정서적 불안이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강요할 수 없는 시대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유숙 교수는 “부모가 먼저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녀는 무관심한 거 같아도 그런 부모의 노력을 알아채고 ‘나도 달라져야겠다’는 마음을 먹는다”고 조언했다.
노진섭 기자
(시사저널 2017.10.20 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