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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9-23 10:27
청소년을 위한 정신의학 에세이 - 자기 방어를 위한 다양한 방법들
 글쓴이 : 한국청소년…
조회 : 18,194  

신경증적 방어 기제

전치(displacement)

어떤 대상을 향한 감정이나 욕망을 직접 표현하지 못하고 그와 비슷하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직접적이지 않은 대상에게 표현하는 방어 기제로, 직접적인 갈등과 충돌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표현하는 사람의 내면에서는 상징적으로 전환이 일어난다. 덩치가 큰 친구에게 장난감을 빼앗긴 아이가 집으로 돌아와 방으로 들어왔더니, 침대 위에 강아지가 누워 있었다. 평소 같으면 말로 비키라고 했을 아이가 강아지를 심하게 때렸다. 덩치 큰 친구에게 화를 낼 수 없던 아이가 강아지에게 화를 '전치'한 것이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한다"는 속담도 여기에 속한다.


주지화(intellectualization)

감성과 이성은 오랫동안 물과 기름 같다고 여겨졌다. 실제로 감성과 이성이 기능하거나 저장되는 방식에는 차이가 많다. 감정을 인식하거나 표현하지 않기 위해 이성적인 면만 두드러지게 표현하거나 인식하는 것을 주지화라고 한다. 이를 통해 감당 못하는 감정을 인식하지 않을 수 있다. 주지화를 사용하는 데 익숙한 사람은 지적으로는 뛰어나지만 감정을 다루는 능력은 상대적으로 미숙해서, 사회적으로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인정받지만 대인 관계, 이성 관계나 부부 관계에서는 어려움을 겪곤 한다.

집에 택배 기사를 가장한 도둑이 들어서 어머니가 다치고 귀중품을 모두 도난당했다. 집에 돌아와 이 광경을 목격한 아버지는 과학 수사대나 탐정이라도 된 듯, 통증으로 신음하는 어머니에게 문은 제대로 잠그고 있었는지, 택배 기사가 어떤 유니폼을 입었는지 탐문하고, 경찰에게 제시할 피해 물품 목록을 정리했다. 현재의 상황에서 화를 내면 감정에 압도되어 버릴까 봐 의식에서 미리 감정을 차단하고, 주지화라는 방어 기제를 이용해서 이성만 과도하게 작동한 것이다.

합리화(rationalization)

타인은 받아들이기 힘들 만한 개인적인 태도나 믿음,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를 만들어 설명하는 것이다. 말이 안 되는 변명처럼 들릴 때도 있고, 듣다 보면 납득이 가거나 이해되기도 한다. 주지화와 마찬가지로 죄의식과 같은 불쾌한 감정을 느끼지 않기 위한 방어 기제다.

꽤 비싼 옷을 벼르고 샀는데, 막상 입어 보니 어울리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가격이 부담스러운 옷이라서 쓸데없이 사치를 했다는 죄스러움이 느껴졌다. 그렇게 길을 걷다가 추위에 떨고 있는 노숙자가 보이자, 바로 옷을 벗어서 "따뜻할 거예요"라며 입혀 주었다. 그는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했고, 평소에도 꼭 기부하고 싶었다며 같이 있던 친구에게 말했다. 그는 정말 기부를 하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마음에 들지 않은 비싼 옷을 샀던 자신의 선택과 실수가 부담스러웠기에, 어떻게든 이 옷을 잘 처리해야 했다. 이때 눈앞에 보인 노숙자는 좋은 기회였다. 그 옷을 벗어 주는 행동을 합리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해리(dissociation)

마음의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한 사람의 성격 전체나 정체성을 파격적으로 변형시키는 것이다. 성격의 일부 혹은 전체가 일시적으로 자아의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성격처럼 움직인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서 지킬 박사가 내면의 공격성을 새로운 인격인 하이드로 분리해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이 해리의 전형적인 예이다.

반동 형성(reaction formation)

받아들일 수 없는 충동이나 공격성을 그 반대로 둔갑시키는 것이다. 즉, 겉으로 드러나는 태도나 행동이 사실은 속마음과 반대인 경우다. 강박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서 특징적으로 드러난다. 무의식의 생각이나 충동이 매우 비도덕적이거나 성적인 경우, 지나치게 윤리적인 모습을 보여 의식으로 떠오르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식이다. 청결에 지나치게 집착해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손을 씻는 사람이 있다면, 모든 것을 더럽혀 버리고 싶다는 무의식적 충동에 대한 반동 형성이라고 볼 수 있다.

기타 방어 기제들

공격자와의 동일시(identification with aggressor)

피해자가 자신을 공격했던 사람에 대한 복수심과 공격을 당했을 때의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격자를 닮아 가는 것이다. 두려워하는 대상과 닮고 비슷해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대상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한다. 학원 폭력의 피해자였던 학생이 나중에 가해자가 되었다가 적발되어 처벌받는 것도 공격자와의 동일시의 일종이다. 유괴되었던 피해자가 나중에 가해자와 공범이 되어 유명해진 스톡홀름 증후군도 공격자와의 동일시를 설명하는 전형적인 예다.

분리(splitting)

내면의 약하고 좋은 부분을 보호하기 위해, 강하고 위험하며 나쁜 요소가 좋은 부분을 침범해 부수지 않도록 장막을 쳐서 둘을 완전히 분리하는 행동이다. 원래 유아기의 발달 과정에서 작동하는 것으로 매우 원시적인 방어 기제다. 흑백 논리에 따라 전적으로 옳고 좋은 것과 전적으로 그르고 나쁜 것으로 분리해서 본다. 이런 경우, 장점과 결점이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정치나 스포츠 등에서 편 가르기를 할 때 흔히 관찰할 수 있다.


취소(undoing)

무의식의 성적인 욕망이나 공격성이 작동해서 상대에게 피해를 주었을 때, 이 피해를 원상 복구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노벨이 전 재산을 기부해서 노벨 평화상을 제정함으로써 평화에 기여한 사람에게 상금을 수여하여 죄책감을 씻으려 했던 것도 취소의 예다.

상징화(symbolization)

금기의 대상일 수 있는 물건이나 생각을 떠올리는 것이 위험하기 때문에, 이를 중립적이고 안전한 대상으로 전환해서 인식한다. 남자아이의 성기를 '고추'라고 부르거나 가위 그림을 그려서 무단으로 소변 금지를 표시하는 것도 상징화의 예다.

보상(compensation)

성격, 외모, 배경처럼 모자라는 부분을 메꾸기 위한 무의식적인 노력을 말한다. 키가 작은 사람이 더 열심히 노력하고 지기 싫어하며 목소리가 크다거나, 부모의 학력이 낮고 가난한 집에서 자라난 사람이 문화와 예술에 심취하고 깊은 지식을 갖는 것도 보상의 일종으로 해석할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자기 방어를 위한 다양한 방법들 (청소년을 위한 정신의학 에세이, 2012. 6. 30., 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