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먹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볼비(John Bowlby)는 엄마와 아이 사이에 정서적 교감을 형성하는 애착이 발달 과정과 이후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소라고 했는데, 이를 증명하는 실험이 있었다. 1957~1963년에 위스콘신 대학의 할로(Harry Harlow)는 아기 원숭이를 어미로부터 떼어 내서 철망으로 만든 가짜 엄마가 있는 우리로 옮겼다. 하나는 철사로만 만들어져 딱딱하고 차가웠으며, 다른 하나는 철사 안에 전구를 켜고 털로 감싸 놓아 부드럽고 따뜻했다.
할로는 털로 된 엄마에게 우윳병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 철사 엄마에게 우윳병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를 설정한 후, 아기 원숭이가 어디로 가는지 살펴보았다. 아기 원숭이는 털 엄마에게는 우윳병이 있든 없든 달려가서 안기려고 했으나, 철사 엄마에게는 우윳병이 있을 때에만 가까이 갔다. 이번에는 아기 원숭이를 놀라게 해서 겁을 주었다. 그러자 아기 원숭이는 털 엄마에게 달려가서 안정을 찾으려 했다. 또 낯선 환경으로 옮기면 아기 원숭이는 안정이 될 때까지 털 엄마로부터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우유가 충분히 공급된 경우, 두 대리 엄마에게서 자란 원숭이의 성장 속도는 비슷했다. 그러나 철사 엄마와 한 우리에 넣어진 원숭이는 우유를 소화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고 자주 설사를 했다. 따뜻한 엄마 품을 경험하지 못하는 것은 정서적 안정감을 주지 못했고, 이는 스트레스에 민감한 상태로 만들었다. 이 실험은 아이가 버릇이 나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따로 재우고 자주 안아 주지 말라는 육아법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먹는 것보다도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엄마의 따뜻한 품 안에서 정서적 안정감을 경험하고 애착을 형성하는 것이다.
한편 이렇게 자라난 원숭이들은 어른이 된 후 어떻게 될까? 할로는 대리 엄마와 함께 다른 원숭이들을 볼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게 하는 부분 고립 상태와 전혀 보지 못하는 완전한 고립 상태에서 키워 보았다. 부분 고립의 원숭이도 멍하게 있거나 자해하고, 우리를 뱅뱅 도는 이상 행동을 보였다. 6개월간 완전히 고립시켰던 원숭이는 다른 원숭이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했고, 시간이 지나도 사회성이 형성되지 않았다.
이 실험은 발달에 있어서 기본적인 영양 공급보다 안락함과 안정감이 더 중요하고 절실하며, 초기의 부모나 또래와의 적절한 관계 맺기와 사회적 경험이 사회성을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알려 준다. 개인의 본능적인 욕구만으로는 혼자서 잘 자랄 수 없으며, 인간에게는 애착과 관계 맺기의 경험이 필수적이다.
출처 : 먹는 것보다 포근한 것이 중요하다 - 할로의 애착 실험 (청소년을 위한 정신의학 에세이, 2012. 6. 30., 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