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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7-19 11:49
정상이라고 다 건강할까?
 글쓴이 : 한국청소년…
조회 : 18,082  

어느 날, 미희 아버지가 건강 검진을 받기 위해 새벽부터 약을 먹고 화장실을 들락날락하셨다. 아침에 나가시는 표정이 좋지 않아 보였다. 작년 건강 검진 때에 지방간에다 간 수치가 높다는 진단을 들은 데다, 대장 내시경으로 용종을 발견해서 제거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미희도 아버지의 건강이 많이 걱정스러웠다. 저녁에 돌아와 보니, 아버지가 기분 좋게 맥주를 드시고 계셨다. 미희를 보시자마자, "모두 다 정상이란다. 지방간도 아니고, 간 수치도 좋고, 대장도 깨끗하대!" 하면서 좋아하셨다.

"아빠, 술도 자제하시고 열심히 운동하신 보람이 있네요."
"그렇지? 자, 기분이다!"

아버지가 지갑을 꺼내 용돈을 주셨다. 미희는 용돈을 받고 기분이 좋았다. 문득, 건강 검진에서 정상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과 건강한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건강함과 정상은 같은 말일까?



건강함이란 뭘까?

건강함과 정상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개념이다. 의학적으로 정상이란 '병이 될 만한 부정적인 요소는 없고, 있어야 할 것은 다 있는 것'이다. 간에 지방이 있는 경우, 어느 수치 이상으로 간 수치가 높은 경우, 없어야 할 용종이 있을 경우 비정상이라고 본다. 그리고 간에서 지방이 사라지고, 간 수치가 수준 이하로 떨어지거나 용종이 없으면 '정상'으로 판정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나안 시력이 0.3일 경우 안경을 쓰면 생활에 불편함이 없으므로 정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시력이 1.0 이상이어서 안경 없이도 잘 보이는 사람들에 비하면 시력이 좋다고 말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면 살아가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지만, 공감 능력이 떨어지면 관계를 맺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공감을 잘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데 더 능숙하고 갈등이 생기지 않는다. 다시 말해, 100미터를 천천히 뛰어서라도 1분 안에 들어오면 정상 범위에 속한다. 우사인 볼트처럼 뛰어나게 잘하는 사람을 포함한 90퍼센트의 사람들이 정상 범위 안에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병리가 없다는 것은 정상일 수는 있어도 건강한 것은 아니다. 즉, 건강함은 정상보다 더욱 높은 수준을 일컫는다. 그렇다고 최고의 기능을 보이는 사람만 건강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사인 볼트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은 '정상'일 뿐, 건강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평균값 내지는 중간보다는 높은 수준을 꾸준히 유지한다면 건강한 상태이지 않을까?

시험을 앞두고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고도 아침에 일어나서 피곤함을 느끼지 못하거나 밤을 새워도 시험에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과 밤에는 평소처럼 자야 다음 날 생활이 가능한 사람 중에 누가 건강한가? 전자가 더 건강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후자가 비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말하자면 건강함은 정상이므로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활기차게 살아가는 수준을 가리킨다.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의 즐거움』에서 적극적으로 집중하다 보면 시간의 흐름을 잊어버리고 최대한 능력을 낼 수 있는 '몰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자주 몰입하고 이 상태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사람이 건강한 것이다.

그러므로 미희 아버지가 했던 건강 검진은 정확히 말하면 '정상인지 확인하는' 것이지, 건강한지 확인하는 것이 아니었다. 미희 아버지의 건강함을 확인하려면 오래달리기, 집중력 검사, 기억력 검사, 업무 효율성 평가, 근육량 등을 측정해서 평균적인 수준과 비교해야 한다.

두 번째로, 병의 원인이 될 만한 부정적인 심리보다는 긍정적인 심리를 평가하여 건강한지 판단한다. 사람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마음, 직업을 유지하는 능력, 부당한 일을 겪거나 위기가 왔을 때 용기를 낼 수 있는 힘,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능력, 먹고살기 위한 직업뿐 아니라 문화 예술적인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마음가짐, 누군가가 자신에게 피해를 주었다면 반드시 복수하겠다며 칼을 갈기보다는 용서할 수 있는 포용력,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능력, 자신의 일을 통찰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 등은 긍정적인 요소다. 이런 요소를 많이 지닌 사람일수록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다.

세 번째로, 생물학적 나이에 비해 얼마나 성숙한지 확인한다. 나이가 들었는데도 충동적이고 이기적이라면, 운동선수와 같은 체력을 갖췄다고 해도 건강한 사람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발달과 성숙은 이기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이타적으로 변화하는 것, 한 가지 문제에 여러 가지 답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인간의 불완전성을 인정하는 태도를 포함한다. 경험을 통해 이런 사실을 깨달은 사람은 신체적 건강함보다 중요한 정신적 건강함을 갖춘 사람이다.

네 번째로는 주관적이며 개인적인 만족감을 평가한다. 남들이 보면 부족한 면이 있거나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일지 몰라도, 이를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삶과 인생에 만족할 수 있는 능력은 건강함을 평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한편 힘든 일을 경험했을 때에나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서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릴 위기에 처했을 때, 그 상태에 머물지 않고 나쁜 상황이 끝날 때까지 버티는 힘도 긍정적인 만족감이 주는 힘이다.



정신적 건강함 유지하기

인간은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견디기 어려울 만큼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다. 이때 건강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고, 스트레스로 인한 타격에서 쉽게 회복할 수 있다. 이를 회복력(resilience)1)이라고 한다. 스트레스 상황에 처했을 때 혼자 모든 일을 해결하려고 하거나 무조건 버티려 하기보다는 외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찾는 사람이 회복력을 발휘한다.

예전에 겪었던 고통스러운 일과 비슷한 상황이 또 발생했을 때, 회복력이 뛰어난 사람은 어떻게 대처할까? 다음 중 하나를 골라 보자.

① 더 좋은 앞날을 기대하며 지금의 고통을 달랜다.
② 살면서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현실을 받아들인다.
③ 자신을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라고 여긴다.
④ 더 행복한 일을 상상한다.

찬찬히 살펴보면 네 가지 모두 괜찮은 선택이다. 이렇게 생각하지 못하고, 비관적인 생각만 하거나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자책하거나 모두 자신의 탓이라고 여기면서, 더 끔찍한 일이 생기리라고 상상하는 사람도 있다. 그에 비해 위의 예는 정상적인 사고방식에 속한다. 그러나 이 중 가장 건강한 회복력을 가진 사람을 고르라면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라고 여기는 사람이다. 지금의 상황이 최악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감사할 줄 안다면 빨리 회복될 수 있다.

이렇듯, 건강한 상태는 정상적인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하고, 잘 자는 것만으로는 건강할 수 없다.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건강할 때, 건강하기 위한 여러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을 때 건강해질 수 있다. 나쁜 요소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에 필요한 요소들을 잘 갖출 수 있도록 평소에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피할 수 없는 위기가 왔을 때 무너지지 않고, 상처를 입더라도 남보다 빨리 정상인 상태로 복귀할 수 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정상이라고 다 건강할까? (청소년을 위한 정신의학 에세이, 2012. 6. 30., 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