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자살의 심각성_ 청소년 정신 건강 문제
자살 행위(suicidal behavior)는 자살 생각, 계획, 시도, 실행 등을 모두 포괄하는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다(O’Carroll et al., 1996). 연속적 개념인 자살 행위와 관련성이 높은 정신 건강 측면을 중심으로 청소년 자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자살은 다양한 요인이 상호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생하는 사건으로, 특히 우울증이나 정신적 스트레스 요인과 관련이 높다. 청소년 자살 생각(suicidal ideation)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에 관해 연구한 논문 총 68편을 메타 분석한 결과, 심리적 변인(psychological variables)의 영향이 가장 컸고, 하위개념으로 우울, 무망감(hopelessness), 생활 스트레스(daily stress), 소외감(alienation) 순으로 연관이 있었다(김보영 · 이정숙, 2009).
전국 16개 시도의 남녀 초(4~6학년), 중 · 고등학생(1~3학년) 8745명을 대상으로 자살 생각 여부를 묻는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심리적 변인으로 우울은 모든 청소년기와 성별에 걸쳐 자살 생각(최근 1년간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정도)을 예측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김원경, 2014). 특히 청소년 초기에 비해 중기와 후기로 갈수록 더욱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청소년기는 성인이 되는 준비 단계로서 심신이 건강해야 할 시기다. 그러나 우리나라 청소년의 정신 건강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좀 더 취약한 상태다. 우리나라 청소년(중1~고3)의 건강 행태를 알아보기 위해 실시하는 ‘청소년 건강 행태 온라인 조사’에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총 57만8200명의 청소년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우리나라 청소년의 스트레스 인지율과 우울감 경험률, 자살 생각률은 성인(19세 이상)의 수치에 비해 매년 꾸준히 높은 경향을 보인다(교육과학부 · 보건복지부 · 질병관리본부, 2012).
청소년 정신 건강 행태를 주기적으로 조사한 내용을 통해 지난 10년(2005~2014년) 동안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청소년 5명 중 2명은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며(37.0%), 5명 중 1명은 우울감 경험(26.7%)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교육부 · 보건복지부 · 질병관리본부, 2014a). 또한 고학년일수록 스트레스 인지와 우울감 경험률도 높았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스트레스 인지율(평상시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끼는 편인 청소년의 분율)에서 남학생은 30.8%로, 여학생 43.7%보다 낮았다. 학교 급별로는 일반계 고등학교(남 34.0%, 여 47.5%), 특성화계 고등학교(남 32.3%, 여 48.2%), 중학교(남 27.7%, 여 39.6%) 순으로 높았다. 지난 10년(2005~2014년)간 추이를 볼 때, 남녀 학생 모두 감소하는 경향을 나타낸다(교육부 · 보건복지부 · 질병관리본부, 2014b). 학년별 차이를 비교해 보면, 중 · 고등학교 남녀 학생 모두 2005년부터 2010년까지는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이후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우울감 경험률(최근 12개월 동안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는 사람의 분율)에서 남학생은 22.2%로 여학생 31.6%보다 낮았으며, 학교 급별로는 일반계고(남 25.3%, 여 32.9%), 특성화계고(남 23.2%, 여 34.1%), 중학교(남 19.4%, 여 29.9%) 순으로 높았다.
10년간 우리나라 청소년의 스트레스 인지와 우울감 경험은 중 · 고등학교 남녀 학생 모두 감소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성별 간 차이가 나타나는데 남학생의 10년간 스트레스 인지율 평균치는 37.0%, 여학생은 50.1%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약 1.4배 높았다. 남학생의 10년간 우울감 경험률 평균치는 29.9%, 여학생은 40.1%로 마찬가지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약 1.3배 높았다. 10년간(2005~2014년)의 자료를 종합해서 살펴볼 때, 스트레스 인지율과 우울감 경험률에서 뚜렷한 성별 차이가 존재하고, 여자 청소년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심리적 요인과 함께, 청소년 자살 행위의 특성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자살 생각률(최근 12개월 동안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사람의 분율)에서 남학생은 11.0%로 여학생 15.4%보다 낮았다. 학교 급별로는 남학생은 일반계 고등학교(11.9%), 중학교(10.4%), 특성화계 고등학교(9.7%) 순으로 높았고, 여학생은 중학교(16.6%), 특성화계 고등학교(14.6%), 일반계 고등학교(14.1%) 순으로 높았다.
10년간 추이에서, 중 · 고등학교 남녀 학생 모두 지속적으로 감소 경향을 보인다. 수치가 낮아진다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자살 생각이 있는 상태부터 자살을 시도할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조사 청소년의 약 13%가 ‘자살위험군’에 속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청소년의 정신 건강 상태가 우려할 수준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살계획률(최근 12개월 동안 자살하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적이 있는 사람의 분율)은 4.4%, 자살시도율(최근 12개월 동안 자살을 시도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의 분율)은 2.9%, 자살 시도 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학생은 0.5%였다.
좀 더 실질적으로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살 시도 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학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연도별(2010~2014년) 추이를 살펴보면, 2010년보다 2014년 병원 치료 빈도 평균치가 낮은 지역은 부산, 대구, 광주, 울산, 경기, 강원, 충북, 경남, 제주 지역이다.
성별에 따라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지난 10년간(2005~2014년) 한국 여자 아동 청소년의 자살생각률 평균치(남, 15.6%; 여, 15.4%)와 자살시도율 평균치(남, 3.4%; 여, 5.8%)는 남자 아동 청소년보다 높다. 2011년부터 조사 내용에 포함된 자살계획률 평균치(2011~2014년)에서도 여자 아동 청소년(6.8%)이 남자(4.9%)보다 높다. 그러나 자살 시도 후 병원 치료 경험은 2010년과 2014년 모두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높다.
우리나라 여학생들의 경우, 사회적으로 남성중심문화에서 양성평등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혼재되는 가정에서의 기대와 사회에서의 기대가 심리적 스트레스를 강하게 일으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남학생의 경우 좀 더 긴급한 치료를 요하는 과격한 자살 시도를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종합적으로 한국 여자 아동 청소년이 겪는 심리적 어려움의 특수성에 기반을 둔 예방 및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출처 : 청소년 자살의 심각성 (자살 예방 커뮤니케이션, 2015. 11. 1., 커뮤니케이션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