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자살률·범죄와 연관…청소년 도박 '폭발직전'
"예전에는 학교에서 가장 싸움을 잘하는 아이가 '짱'이었다면, 지금은 사설 프로토를 가장 잘하는 아이가 '짱'이랍니다. 이른바 '토짱'이라고, 아이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입니다." 온라인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고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을 수차례 조사했었던 한 경찰 관계자가 고개를 절레 흔들며 한 말이다. 청소년 사회에 불법 온라인 도박이 뿌리 깊게 자리를 잡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온라인 도박 문제가 비단 청소년 사회 문제로 국한할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경남센터 유승훈 센터장은 "불법 온라인 도박에 빠진 청소년들은 5~10년 내 성인이 되었을 때도 경제관념을 제대로 정립하기 어렵다. 그렇게 되면 엄청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학교 수업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경기 결과를 예측하고, 돈을 걸고, 나온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청소년들. 겉보기에는 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니 심각하게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어른들 착각이라는 것이 전문가 입장이다.
유 센터장은 "온라인 도박 중독에서 파생되는 폭력, 절도 등 범죄가 실로 엄청나다"며 "높은 대한민국 자살률은 분명히 도박과 상관이 있다. 언론에서 강조되는 심각한 범죄들, 그 밑바닥에 도박문제가 심각하게 뿌리내리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5년 말 조금씩 성장하던 한국 게임 산업은 도박성 게임 '바다이야기'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일격을 당해 사양길로 들어섰다. 이때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사행산업을 규제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었고,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도 설립됐다.
유 센터장은 "전반적인 사행산업, 도박 문제를 해결하고자 센터를 개소했는데 점차 도박 등에 빠지는 연령이 어려지고 있다"면서 "2013년 언론이 크게 다루면서 청소년 온라인 도박 문제 심각성이 드러났는데 당시에는 고등학생이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초등학생, 중학생까지 온라인 도박을 모르는 친구들이 없다"고 했다.
도박 중독은 담배, 알코올 중독과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 다른 중독자는 자발적 치료 의사가 있다면 대부분 그 의사 결정 과정에 건강상 위험이 깔려 있다. 하지만 도박 중독은 자각이 쉽지 않고, 깊이 빠져 있더라도 금방 복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어 치료 과정도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특히 도박에 빠진 이들은 티가 나지 않아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도 문제를 인식하기 어렵다.
유 센터장은 "중독을 꽃이라고 한다면 그 꽃을 술로 피우게 했나, 도박으로 피우게 했나 차이다. 우리는 뿌리를 바꿔줘야 한다는 인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도박에 빠진 청소년의 삶을 살피고 목표를 제시했을 때 자연스럽게 꽃대가 말라버릴 수 있도록 큰 틀에서 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불법 온라인 도박 중독 늪에 빠진 청소년이 헤어나오려면 개인 자각이 필요하지만, 가족과 학교 역할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유 센터장은 "교육기관이 문제 심각성을 인지는 하지만 이를 구체화하는 방안에 대해선 아직 틀을 잡지 못하고 있다. 곪아있던 환부가 터져서 접근하면 이미 늦다"며 전국민적인 관심과 지원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사회가 위험하다고 재차 경고했다.
현재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는 도박 중독자를 대상으로 중독예방치유상담을 하고 있다. 도박 문제로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은 상담전화 1336으로 문의하거나, 전국 센터를 방문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누리집(https://www.kcgp.or.kr/)을 참고하면 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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