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연구진, 가족과의 소통이 청소년 문제 해결책 될 수 있어
‘사이버 왕따’와 저녁식사의 관계
최근 청소년 사이의 ‘사이버불링(Cyber bullying·사이버 왕따)’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이버 왕따는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 대화창에서 수십 명이 한 사람에게만 집중적으로 욕설과 험담을 하는 형태의 괴롭힘을 뜻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5월부터 한 달 동안 전국 중·고등학생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7.7%가 사이버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프랭크 에드가 캐나다 맥길대 의대 교수팀이 가족과 저녁식사를 함께하는 학생은 사이버 왕따를 상대적으로 덜 겪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사이버 왕따가 알콜 중독과 약물 오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며, 가족이 함께하는 저녁식사의 빈도와 사이버 왕따, 알콜 중독 그리고 약물 오남용 문제 사이의 연관성을 연구했다.
먼저 연구진은 캐나다 중서부 지역에 있는 49개 학교에 재학 중인 12~18세 학생 1만8834명을 대상으로 내적 지표와 외적 지표, 약물과 알코올 이용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내적 상태를 조사하는 지표로는 우울감과 화, 자기 학대, 자살 충동, 그리고 자살 시도가 있었다. 외적 지표는 친구와의 싸움과 기물 파손 경험을 묻는 질문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가족과 저녁식사를 주기적으로 하는 학생은 사이버 왕따를 당하는 경우가 적고, 음주와 마약 복용률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주 4회 이상 가족과 저녁을 먹는 학생은 사이버 왕따를 당하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4배나 적었다.
반면 가족끼리 저녁식사를 전혀 하지 않는 학생은 사이버 왕따를 당하는 경우가 7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들이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이루어지는 대화가 청소년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 동아일보DB 제공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로 가족 식사가 사이버 왕따를 해결하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사이버 왕따에서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노력과 함께 가족과 학교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의학협회지(JAMA)’ 1일자에 실렸다.
최영준 기자 jxabb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