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실종 청소년이 위험하다] ③연계되지 않는 보호 대책…법망 밖 청소년은 '사각지대'
 
 

'가출하는 아이가 문제' 편견, 가장 큰 걸림돌

사회의 무관심 속에 방치됐다가 범죄에 노출된 후 실체가 드러나는 ‘법망 밖 청소년’들은 이 악순환의 고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일각에서는 조기개입(Earlyintervention)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법망 밖 청소년들을 파악할 현실적 열쇠가 되는 ‘학교 밖 청소년 정보연계 의무화’는 법적인 문제로 지지부진해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아버지가 내연녀를 폭행해 살인미수로 수배되며 가정이 사라진 미진(15·여)이,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 아버지와의 갈등 끝에 집 밖으로 나온 재희(17·여)에게 있어 가출은 단순히 ‘비행’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 가깝다. 일각에서는 가출 등으로 인한 ‘법망 밖 청소년’들이 범죄 행위에 노출되는 등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조기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가출청소년 보호지원 실태 및 정책과제 연구(2015)’에서는 “가출이 ‘탈출’인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가출의 비행화는 타당하지 않다. 선행연구에서도 청소년의 절도, 갈취, 폭행성매매 등 범죄 행위는 가출 이전보다 가출 이후에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며 “특히 가출 이후 청소년이 직면하는 문제는 저학력, 낮은자존감, 정서장애, 또래나 성인으로부터의 폭력, 착취, 원하지 않는 조기 임신, 성병, 약물남용 등이 공통적인 사안으로 지적된다. 또한 가출 기간이 길어질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돼 조기 개입이 필요한데 가출청소년의 개인적인 특성과 관계없이 가출 상황 자체가 생존을 위해 범죄행위에 연루되기 쉬운 고위기 상황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와 지원 대책 등을 마련하는 등 조기개입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였다. ‘학교 밖 청소년 정보연계 의무화’는 이러한 정부차원의 조기개입에 핵심적인 사업이었다. 학교, 경찰서, 지방고용노동청, 공공보건의료기관, 청소년지원시설 등 기관의 장이 청소년의 동의가 없어도 성명, 연락처 등 최소한의 개인정보가 연계되도록 해 실태 미파악 학교 밖 청소년 규모를 감소시킨다는 것이 의무화 사업의 주요 골자였다. 이를 통해 가족과 사회의 방관으로 태생된 ‘법망 밖 청소년’의 실태도 파악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실태조사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교육청에서 개별학생 개인정보 수집이 불가능 해 밀도 있게 진행되지 못했다. 법망 청소년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정보 부족’으로 인해 발굴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 ‘학교 밖 청소년 정보연계 의무화’ 추진은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이 추진돼야 했지만 청소년 개인정보 제공에 관한 논란으로 인해 현재 여성가족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정부 부처에서 열심히 일을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관련 내용은 국회에서 논의가 돼 이뤄져야 한다”며 “법 시행이 추진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고 청소년들에 대한 정보를 가족과 당사자의 동의 없이 정보를 넘기는 것에 대해 여러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