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고민 청소년 5명 중 1명은 실제 시도…가족·친구는 못 막는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생각을 해봤던 청소년 5명 중 1명은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이라는 행위에 대해 단순히 생각만으로 그치지 않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비율이 예상외로 높게 나타남에 따라 청소년의 자살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 재확인됐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최근 발간한 ‘2015 연구논문 지원사업 논문 모음집’에 실린 ‘자살을 생각하는 청소년의 자살시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연구’에 따르면 자살을 생각한 청소년 중 최근 1년 내에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청소년이 19.2%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논문은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석사과정 김재인씨가 작성한 것으로 논문 모음집에 최우수 논문으로 실렸다.
이 논문은 2014년 질병관리본부 등이 벌인 ‘제10차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에 응한 중·고등학생 7만2060명 중 “자살을 생각해 봤다”고 밝힌 9438명의 데이터를 이용해 청소년의 자살시도에 어떤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자살 생각을 해 본 청소년의 74.0%는 평상시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7.7%(724명)는 학교나 가정 등에서 폭력을 당해 병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자살 생각을 해 본 청소년 가운데 고민이나 힘든 일이 있을 때 가족으로부터 이해와 관심 등 ‘지지’를 받고 있다고 답한 청소년은 24.9%였고, 친구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응답은 40.4%에 달했다. 하지만 교사의 지지가 있다고 답한 청소년은 2.6%에 그쳤다.
논문은 실제로 자살시도를 하기까지 폭력 경험 등의 스트레스 요인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 지와 가족·친구·선생님 등의 지지가 자살시도를 저지하는 역할을 했는지 등도 분석했다. 이 결과 주변의 관심과 지지가 있는 청소년에게는 자살시도가 감소했지만, 우울감이 높거나 이미 자살 계획을 세웠던 청소년들은 주변의 지지 여부에 상관없이 자살을 시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이미 자살 실행 계획까지 세울 정도로 자살 생각을 굳게 한 경우라면 친한 친구나 사랑하는 가족들도 그 친구를 감당할 수 없는 상태라는 의미”라며 “이럴 땐 가정이나 학교의 울타리에서 해결하려 하지 말고 꼭 전문가를 찾아 도움을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청소년 상담센터 이용 비율이 0.4%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를 소개하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검사를 주기적으로 벌여 검사 결과에 따라 전문가가 즉각 개입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