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따돌림의 특성
1) 적발의 어려움
괴롭힘 행위는 적발하기가 무척 힘들다. 왜냐하면, 일상적인 교우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피해자는 가해자와 접촉을 피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등한 관계가 아니므로 저항하기도 어렵고, 항상 가해자에 대해 불안과 공포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타인에게 알리고 싶어도 굴욕감이나 추후의 보복이 두려워서 알리기를 꺼리기 때문에 고통을 당하면서도 끝까지숨기려고 한다.
2) 판단의 어려움
어떠한 연유로 인하여 교사나 학부모가 알게 되었더라도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괴롭힘인가를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 즉 고통이라는 것은 그것을 보고 있는 다른 학생이나 교사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을 당하고 있는 학생자신이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괴롭힘의 판단은 가해 학생이나 교사의 입장에서보다는 피해 학생의 입장에서 판단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보자. A라는 학생이 몸집이 뚱뚱한 B라는 학생에게 뚱보 라고 놀린다고 가정하자. 이 사례를 접한 교사는 그것은 아이들 사이에 흔히 있을 수 있는 놀림에 불과한 것이지 괴롭힘이 아닙니다 라고 말할 수 있다. 또 A라는 가해 학생에게 왜 그랬느냐 물어보면, 그냥 장난으로 해본 거예요. 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부르는 행위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피해 학생의 입장에서는 어떠할까? 물론 피해학생도 성격에 따라 그것이 괴롭힘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B라는 학생이 평소에 소심하고 살이 찐 것에 대하여 무척 싫어하며, 의지가 약한 학생이라고 가정했을 때, 뚱보 라고 놀리는 것은 심리적으로 심한 괴로움과 고통을 주며 이것이 계속적으로 이루어질 때는 등교거부, 우울증 등 정신적 장애, 심지어는 자살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나 B라는 학생이 대범하고 활동적이며, 외향적인 학생이라면, 역시 그러한 놀림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기게 될 것이다. 이렇듯 같은 현상을 놓고도 보는 사람에 따라, 또 그 사람의 성격에 따라 괴롭힘이 될 수도 있는가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판단은 피해 학생의 입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3) 괴롭힘 원인의 다양성
괴롭힘의 원인은 아주 다양하다. 신체적인 원인(뚱뚱하다, 못생겼다 등), 성격적인 원인(잘난 척한다, 공주병, 왕자병 등)에서부터 가정적인 원인(가난해서, 부모가 없어서 등), 학업상의 원인(공부를 못해서, 운동을 못해서 등), 행동상의 원인(얄미운 행동을 해서 등) 등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따라서 괴로움을 겪고 있는 당사자와의 밀착된 상담을 통하지 않고는 괴롭힘의 원
인을 파악하여 지도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4) 괴롭힘 방법의 다양성
괴롭힘 방법의 유형을 구분하는 것은 이를 지도하는 데 있어서 아주 의미가 있는데, 가장 기본적인 구분은 신체적인 유형과 심리적인 유형의 구분이다. Rigby (1996)에 의하면, 신체적인 유형에는 때리기, 발로차기 등이 포함되고,심리적인 유형에는 언어적 학대, 별명 부르기, 위협적인 몸짓, 몰래 따라 다니는 행동(stalking ), 한 학생의 집에 악의적인 전화 걸기, 반복적으로 다른 사람
의 물건 감추기, 단체 활동에서 따돌리기,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기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괴롭힘 방법들 중에 몇 가지는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을 지속적으로 때리거나 조롱하기와 같은 직접적인 괴롭힘으로 규정될 수 있으며, 누군가에 관해 악의적으로 이야기를 퍼뜨리는 것과 같은 간접적인 괴롭힘으로 규정될 수 있다. .
실제로는 서로 다른 유형의 괴롭힘이 함께 발생한다. 신체적인 위협은 종종 언어적 학대와 동반되어 이루어진다. 한 청소년이 반복적으로 얻어맞고 별명을 불릴 때처럼, 한가지 유형의 괴롭힘은 다른 유형의 괴롭힘을 강화하기 위하여 사용된다. 괴롭힘에 있어서 신체적인 위해에만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 즉 조롱, 비웃음, 별명 부르기 등에 의한 개인의 지속적인 약화는 신체적인 위해와 똑같이 한 사람을 황폐화시킬 수 있다.
5) 괴롭힘의 집단화
(1) 희생양의 필요성
학교와 같은 장면에서 따돌림이 집단적으로 만연되는 현상은 오늘날 다수의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좌절감을 표출할 수 있는 공동의 희생양을 필요로 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 그 원인이 있으며, 힘있는 집단에 소속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에 의해 집단 따돌림 현상이 만연되고 있는 듯 하다.
(2) 가치관의 혼란
원래 동조현상은 어떤 판단을 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정보가 부족할 때 생긴다. 가치관이 혼재하고 있는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청소년들은 흔히 판단의 준거가 불분명한 상황에 자주 빠지게 된다. 따라서 이들은 다수의 판단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경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3) 몰아 현상
몰아(沒我)현상은 집단 내 개인들이 종종 집단 속에 함몰된 것처럼 행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마치 집단 동조가 집단 행동화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때 사람들은 개인으로 주목받지 않으며 구성원들도 더 이상 하나의 개인으로 드러나지 않게 된다. 몰아 상태에서는 책임감의 분산으로 개인적 책임은 최소화된다. 흔히 몰아 상태에서는 지극히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동이 쉽게 표출된다. 몰아 현상은 익명성이 보장되고 집단 소속감이 강하며 집단 행동을 통하여 흥분이나 쾌감을 경험할 때 극대화된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정체성이 집단 정체성에 의해 약화되고, 행위 결과가 개인에게 돌려지는 경향이 낮은 상황에서 몰아 현상이 가속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