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초·중·고교생 10명 중 2명은 학교에서 체벌을 받은 경험이 있고, 3명은 교사로부터 언어폭력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설립 유형별로는 공립보다 사립학교 학생들이 체벌과 언어폭력에 더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은 인권정책연구소 등에 의뢰해 지난해 실시한 학생인권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된 '인권친화적 학교문화조성을 위한 학생인권 실태조사 최종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지역 초·중·고교 학생의 약 18.9%가 지난해 학교에서 체벌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학교 급별로는 초등학생이 14.9%, 중학생이 30.8%, 고등학생이 22.3%였다. 고등학교의 경우 일반고는 22.8%, 특목고는 18.5%, 특성화고 24.9%였다.
특히 사립학교 학생들의 체벌 경험 빈도(26.8%)가 국공립학교(15.6%)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이번 조사는 서울 초·중·고교생 2만2000명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조사 형식으로 진행됐다.
◆사립이 인권보호 미흡 ='교사의 언어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학생은 평균 27.8%로 체벌경험 보다 비율이 높았다. 중학교가 29.9%로 가장 높았으며 고등학교(26.8%), 초등학교(18.2%) 순이었다. 특히 체벌과 마찬가지로 사립학교 학생들의 언어폭력 경험 빈도가 국공립보다 10%p 가량 높았다.
'학교에서 인권을 존중받고 있냐'는 질문에는 90.0%의 학생들이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상급학교 일수록 긍정적 응답률이 떨어진다. 초등학교는 94.4%였으나 중학교는 89.8%, 고등학교 83.3%를 기록했다. 역시 사립학교가 국공립학교들에 비해 1~4% 정도 낮게 나타났으며 특히, 특성화고의 경우 사립의 긍정적 응답률이 8%나 낮았다.
반대로 '학교나 선생님이 학생을 공정하게 대하는가'라는 물음에는 사립학교(78.0%)보다 국공립학교(88.1%) 학생들의 긍정적인 응답률이 높았다. 그만큼 사립학교 학생들이 교사들로부터 느끼는 '차별' 체감도가 더 크다는 의미다.
특히 초등학교(92.6%)에서 중학교(88.9%), 고등학교(74.7%)로 갈수록 긍정적인 응답률이 급격하게 떨어져 전체적으로 중·고등학생들의 인권현실이 초등학생에 비해 더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결과 상급학교로 갈수록 학교에서의 인권보호 현실에 대해 부정적 견해도 높아졌다. 인권보호에 대한 학생들의 응답 내용을 100점으로 환산했을 때 초등학교는 72.3점이었지만, 중학교는 63.9점, 고등학교는 56.5점으로 갈수록 낮아졌다. 이 항목에서도 국공립학교는 67.8점, 사립은 59.7점으로 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공립보다 사립학교 학생들이 조례 인식도가 낮고 조례가 인권보장에 도움이 못 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다"며 "사립학교가 학생인권조례의 확산이나 정착에 부정적인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사 잡무부담 줄여야 = 또한 보고서는 교사들의 직무 피로가 학생에 대한 체벌과 상관관계가 있다며 잡무부담을 줄이는 등 교육활동 외의 업무를 경감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설문조사에서 최근 1년간 체벌을 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교사들의 직무 피로도가 그렇지 않은 교사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며 "교사의 피로감이 학생과의 관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므로 체벌 빈도가 높게 나타난 학교에서 교사의 피로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인권실태조사 결과를 참고해 학생인권 보호 정책을 강화하고, 인권침해 여지가 있는 학칙 개정에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