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방임 부모 "빈곤, 정신질환' 많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분석
정서-방임-신체 학대 順 많아
경제적 지원·전문가 상담 필요
아이가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건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보호책임도 다하지 못하는 이른바 ‘아동방임’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친모에게 학대를 당하다 햄버거를 먹고 화장실에서 이를 닦던 중 쓰러져 숨진 4세 여자아이처럼 직접 신체적 학대를 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를 방치해 죽음에까지 이르게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아동방임도 심각한 아동학대라는 지적이다. 특히 아동을 방치하는 부모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2015년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된 아동학대 1만1708건 중 ‘아동방임’은 2007건으로 ‘중복학대(5346건)’ ‘정서학대(2045건)’에 이어 3번째로 많았다. ‘신체학대(1882건)’ ‘성학대(428건)’보다도 방임 유형의 학대가 많다. 최근까지도 아동방임으로 인한 영아 사망이나 부상 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2부(부장 고민석)는 10일 신생아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버려둬 결막염에 걸리게 하고 두개골 골절상을 입힌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친부모 A(52) 씨와 B(여·44) 씨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알코올의존증 환자인 B 씨는 올 3월 5일 서울 금천구 집에서 여자아기를 낳았지만 출생 신고도 하지 않았다. 3일 뒤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이웃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주민센터 직원이 아기를 발견했다. 임신 사실조차 몰랐던 B 씨는 갑작스레 아기를 낳는 과정에서 신생아가 두개골 골절상을 입었음에도 치료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아기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맡아 기르고 있다.
또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5개월 된 딸을 영양실조로 사망케 한 혐의로 친부모 C(32) 씨와 D(여·24)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5년 5월 25일 미숙아로 태어난 딸에게 분유를 제대로 먹이지 않아 같은 해 10월 23일 영양실조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D 씨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사회성 지수와 지능이 낮다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견, 빈곤한 사정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했다.
이 두 사건은 부모가 가난하면서 정신상태도 불안정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강은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2010년부터 2015년 5월까지 572건의 아동복지법 및 아동학대범죄 처벌법 위반 사례에 대해 수사 및 재판기록을 분석한 결과, 아동학대 가해자 659명 중 31.3%는 신체장애나 정신질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813명의 학대 피해 아동 중 11.2%가 기초생활보장 수급대상자였다.
한국아동복지학회 회장인 김형모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역별 복지전문가들을 배치·파견해 양육 기술과 지식 등을 알려주는
한편, 빈곤가정의 부모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효목·김리안 기자 soarup6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