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사람도 미래의 자살행동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자살행동은 여러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고 그러한 요인의 영향이 개인과 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1960년대와 70년대의 자살행동 연구자들은 어떤 사람이 자살을 하는가 즉 자살의 예측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들의 노력으로 정확한 예측을 기대하였지만, 예측의 부정확성은 연구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였다. 이에 1980년대와 90년대에 들어서는, 연구자들의 관심이 자살의 미래 발생에 대한 예측보다는 보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잠재적으로 자살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평가하는 쪽으로 바뀌게 되었다. 즉 미래의 자살행동과 관련되는 심리적인 특징과 경험을 주된 연구 주제로 선택하였다. 그렇지만 사실 자살에 대한 예측과 평가가 완전히 다른 주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예측과 평가의 목적이 모두 자살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선별하여 그에 대한 예방적 노력을 통해 자살행동을 방지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Nazario(1994)는 비록 자살의 완벽한 예측과 평가 그리고 예방은 어렵지만, 자살자들은 자살행동을 저지르기 전에 다음과 같은 '경고적 징후'를 보인다고 하면서, 이러한 징후를 보이면 자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속히 전문가와 연결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 주변 사람이나 타인에게 자살할 것이라고 위협
• 주변 사람이나 타인에게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함
• 죽음에 대해 지나치게 생각하거나 몰두
• 충동적 행동
• 지속적인 슬픔 또는 가족의 상실
• 친구 또는 좋아하는 활동을 더 이상 하지 않음
• 학교 수행의 갑작스러운 하락
• 섭식 또는 수면 습관의 변화
• 심각한 죄의식과 수치심
• 자신의 가치에 대해 회의감
• 약물남용
• 아끼는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버림
특히 임상적 면접은 청소년들의 자살 위험도를 평가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만약 임상 면접에서 위험이 발견되는 청소년에게는 반드시 보다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다. 자살 위험성이 있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적인 면접에서는 우선 "어떤 방법으로 자기 자신에게 상해를 입히려고 하는가" 즉 자살 계획에 관한 질문을 하게 된다. 만약 어떤 청소년이 자살을 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보다 상세한 질문으로 들어간다.
Miller(1984)는 자살 위험성이 있는 청소년들에게 S-L-A-P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고 하였다. 여기서 S는 자살 계획의 명확성, L은 계획하고 있는 자살방법의 치명도, A는 자살도구의 이용 가능성, P는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원의 근접성을 말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청소년들의 자살계획이 구체적이고 명확할수록 자살의 위험성은 높아진다. 예를 들어, 막연하게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 언제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자살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청소년의 자살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자살방법이 치명적일수록 위험성은 높아진다. 예를 들어, 자살방법으로 총을 사용하거나 높은 건물의 옥상에서 뛰어 내리겠다고 생각하는 청소년들은 덜 치명적인 방법을 생각하는 청소년에 비해 위험성이 높다.
또 자살에 이용하려는 도구를 쉽게 구할 수 있거나 접할 수 있을 때 위험성은 높아진다. 미국의 경우 권총을 사용해 자살을 하겠다는 사람의 자살 위험성은 매우 높지만 우리 나라의 경우 권총을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미국의 경우에 비해 상대적인 위험성은 적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자살을 계획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족이나 동료가 가까이 있고 이들에게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경우 위험성은 줄어든다.
자살의 위험성을 평가하는 위의 질문에 덧붙여 Hicks는 D-I-R-T의 네 가지 질문을 첨가하였다. D가 의미하는 것은 과거이 자살시도와 현재 자살계획의 위험성, I는 청소년 스스로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자신의 느낌이나 지각을 말한다. R은 청소년들의 자살계획에 구조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지를 평가해야 하며, T는 과거의 자살시도 경험이 가까운 과거일수록 자살 위험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면접은 청소년들의 자살 위험성과 위험요인을 평가하고 가장 적절한 예방 전략을 세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청소년들의 자살 위험성을 평가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구조화된 평가 척도를 사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평가 도구에서는 자살의 발생을 경고하는 징후들과 일반적 위험요인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문항에 대한 응답자의 반응을 기초로 개인의 자살 위험 정도를 평가한다. 많은 연구들은 특정한 행동과 자살시도와의 관련성을 밝혀왔다. 즉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 특히 누군가의 도움을 간절하게 원하거나 구조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종종 주변 사람들에게 경고성 징후를 보낸다. 경고성 징후의 구체적인 예로는 죽음에 대한 몰두, 좋아하고 아끼는 물건을 버리거나 남에게 줌, 죽음과 자살을 주제로 다른 사람과 대화, 수면이나 섭식 습관의 변화, 친구나 가족들을 회피, 학교에서의 성적 저하와 같은 중요한 행동의 변화, 기분의 변화, 최근의 자살시도 등을 들 수 있다.
출처: 청소년 문제행동, 한상철·김혜원·설인자·임영식·조아미 공저, 학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