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가족이나 친구에게 털어놓기 어려운 자살 관련 상담은 과연 어디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보건복지부는 2005년부터 전국 공통 자살예방 및 정신건강상담전화인 1577-0199를 운영하고 있다. 이 상담전화는 2013년 현재, 전국 11개 시도(서울, 인천, 부산, 대구, 광주, 대전, 경기, 강원, 충남, 충북, 전북)에서 광역과 기초정신건강증진센터를 통해서 24시간 365일 운영되고 있다. 나머지 6개 시도광역자치단체(전남, 경북, 경남, 제주, 울산, 세종)에서는 낮 시간 동안에는 해당지역의 정신건강증진센터 또는 보건소에서, 그리고 야간 및 휴일에는 권역별 국공립정신의료기관에서 상담전화를 운영하고 있다.
자살예방상담전화를 통해서 누구나, 그리고 언제 어디서든지 무엇이 자신을 힘들게 하는지 객관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다. 종종 ‘남들이 보기에’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문제일 수도 있으며, 가까운 주변사람들에게조차 털어놓기 어려운 고민인 경우도 있다. 또는 문제가 너무나 크다고 느껴서 어느 누구도 나를 도와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전화상담을 한다고 내가 고민하고 있는 경제적 문제가 해결이 되겠는가?’라는 생각은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의문사항이다.
그러나 문제의 종류나 심각도와 상관없이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나를 힘들게 하는 ‘무엇’이 있다면 그 상황자체에 대한 검토와 함께, 나를 힘들게 하는 생각과 감정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즉, 나를 둘러싸고 있는 문제의 객관적 사실(fact)은 무엇인가? 내가 그 문제적 사실로 인하여 죽음을 생각하고 있다면 분명 더 이상의 출구가 없다고 생각해서일 텐데, 내가 정말 막다른 길에 다다른 것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확인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1577-0199 자살예방상담전화는 언제 어디서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유용한 방법이다.
또 문제 하나하나에 대하여 상담자와 사실을 확인해나가다 보면, 스스로 해결방안을 찾게 되는 경우도 많다. 때론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우리 사회의 다양한 지원정책을 알게 될 수도 있다. 물론 대한민국의 복지서비스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며, 선진국 수준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이 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온통 절망감에 사로잡혀 있던 누군가에게 한줄기 빛을 제시해주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다음으로는 죽음을 생각하게 만드는 그 상황을 실제보다 더욱 나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요인은 없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선글라스를 끼고 세상을 바라보면 실제보다 더 어둡게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어려움에 처한 나의 상황을 터널에 들어간 것으로 비유해 보자. 터널은 물론 어둡지만 선글라스를 쓰게 되면 실제 어둠보다 더욱 어둡게 느끼게 될 것이다. 내가 처한 상황은 말 그대로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그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면, 다시 말해 터널 저 멀리 출구가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으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빠져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으면 그나마 인지할 수 있는 저 너머의 빛을 못 보게 된다.
다시 말해, 자신이 혹시 ‘우울’이라는 이름의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로 인해서 자신의 상황을 더욱 비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보는 작업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 자살예방상담전화는 이 과정에 개입하여 객관적인 측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
다음으로 확인해봐야 할 것은 ‘죽음을 생각하는 나만의 이유’이다. 왜 죽고자 하는지에 대한 철저한 확인이 필요하다. 한 인간이 죽고자 하는 결심을 했다면 동시에 살고자 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이를 양가적 생각 또는 양가적 감정이라고 한다. 내가 죽어야 하는 이유도 알아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살아야 하는 이유도 알아야 한다. 자살예방상담전화는 이를 도울 수 있다.
1577-0199에 전화를 할까 말까 하는 순간도 결국 양가적 상황이다. ‘내가 이 상황에서 빠져 나오는데 도움이 될 거야’, ‘그들이 뭘 알겠어? 그냥 상투적인 위로나 하겠지’… 이런 갈등을 겪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행하지 않고서는 확인할 수 없다. 지금 이 순간 자살과 죽음을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1577-0199로 전화해보길 바란다.
자살예방센터와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는 전화상담을 비롯하여, 필요한 경우 대면상담 및 의료기관 치료서비스도 지원한다. 또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상담을 제공하는 기관도 있으며, 그 외 각종 사회서비스와 보건 및 복지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상담자의 얼굴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전화 상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되면, 이와 같은 기관들을 찾아 대면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어디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정신이 건강해야 삶이 행복합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