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방치하면 반항장애ㆍ자살ㆍ중독 위험
소아청소년 적대적 반행장애 급증...학계 “약물 치료가 최우선”
대한청소년정신의학회(이사장 김봉석)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와 공존질환의 상관관계를 분석, 경고등을 켰다.
ADHD를 방치하면 생애 전주기에 걸쳐 적대적 반항장애에 걸쳐 자살 시도, 중독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당부다.
학회는 ADHD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려 편견을 없애고, 적극적인 치료를 독려하고자 매년 4월 5일을 ADHD의 날로 지정, 인식개선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4회째를 맞이한 올해에는 ‘ADHD 환자의 생애주기 별 공존 질환’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개최, 서울대학교 김붕년 교수 연구팀이 지난 2016년 9월부터 약 1년 6개월간 전국 4대 권역(서울, 고양, 대구, 제주)의 소아청소년 및 그 부모 4057명을 대상으로 정신 건강 실태 확인을 위해 진행한 역학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연구 결과, ADHD를 진단받았거나 고위험군에 속한 환자들에게서는 생애 전주기에 걸쳐 다양한 공존질환이 확인되고 있으며, 소아기에는 적대적 반항장애가, 청소년기에는 자살의 위험, 성인에서는 중독의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ADHD, 소아기 적대적 반항장애 유발 가능성
특히 학회측은 소아기 적대적 반항장애 아동이 크게 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적대적 반항장애 아동의 비율이 19.8%로 지난 2007년 동일한 진단방법으로 조사했던 연구 결과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는 것.
같은 그룹을 추적 관찰한 것은 아니지만, 10년 만에 2배에 가까운 증가율을 보였으며, 그 중 기저에 ADHD를 동반한 아동이 40%에 이른다는 것은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학회 김붕년 대외협력이사는 “적대적 반항장애는 작은 자극이나 좌절에 대해 굉장히 심하게 울거나 떼를 쓰는 행동에서 부모나 선생님 등 권위자 및 또래 친구에 대한 공격적 행동으로 진행되고, 나아가 고학년에서는 선생님에 대한 흉기 위협이나 학교 폭력 문제까지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질적인 문제와 함께 양육과정에서 갈등적, 강압적 교육으로 인한 부정적 피드백과 적개심이 쌓이면서 적대적 반항장애로 이어진다”면서 “ADHD 아동은 행동조절이나 위험한 행동을 못하게 반복적으로 강하게 통제하게 되고, 그러한 훈육에 저항하는 정도가 높아져 적극적 반항장애의 위험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적대적 반행장애가 나타는 아동은 기저에 ADHD를 동반하고 있는지 반드시 확인한 후 ADHD를 먼저 치료해야만 한다는 것.
뿐만 아니라 그는 “적대적 반항장애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이유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5세 이전에 겪은 가정불화나 사고 등의 경험, 임신기 동안의 스트레스 강도, 출생 후 6개월 내 어머니의 우울감 등이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산후우울증 관리와 아이들 돌봄에 문제가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며 “사회적, 가정적 요인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청소년기 ADHD, 자살 생각은 물론 시도 위험도 높여
ADHD는 소아기 유병률이 약 5~10% 정도로 이 가운데 70% 청소년기로 이어지며, 절반은 성인까지 지속된다.
발달시기마다 ADHD로 인해 나타나는 양상도 달라지는데, 초등학생 아동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양상이 기본적 학업수행이나 학교 적응에 대한 어려움이라면, 중ㆍ고등학생에서는 사회적 규범을 벗어나는 행동이나 부모관계의 악화, 타인에 대한 공격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특히 청소년기 ADHD 아동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자살을 고민하고나 실제 자살 시도로 이어지는 빈도도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학회측에 따르면, 이번 연구에서 ADHD로 진단된 청소년의 자살 시행 의도 비율이 6.6%로 다른 아동의 1.1%보다 6배나 높았다.
뿐만 아니라 자살을 생각하거나(24.4%vs14.2%), 구체적으로 자살을 계획하는 비율(6.8%vs2.5%) 또한 2~3배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소아기 적대적 반항장애와 마찬가지로 어릴 때부터 쌓인 분노와 고립감, 복수심 등이 청소년기에 우울감과 만나 자살과 공격성이라는 극단적 행동으로 표출된다는 것이 김붕년 교수의 설명이다.
비록 성장에 따라 사회적 규범에 적응하며 적대적 반항장애의 증상은 줄어들지만 보다 공격적인 성향으로 나타날 수 있어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
◇ADHD 성인, 중독 노출 위험...인터넷게임중독 치료 더 어렵고 재발률도 높아
성인에서 ADHD는 범죄나 중독 장애의 위험을 높인다. 특히 이번 간담회에서는 국내 인터넷게임중도 환자 255명을 3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를 통해 그 심각성을 재확인했다.
ADHD가 동반되지 않은 128명과 ADHD를 동반한 127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ADHD를 동반하지 않은 그룹의 3년 후 인터넷게임중독 치료율이 90%를 넘어선 반면, 동반한 경우에는 60% 수준에 그쳤던 것.
뿐만 아니라 2년 후 재발률은 ADHD를 동반한 경우가 6배나 높았고, 경과도 보다 만성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알코올 중독 장애에 있어서도 ADHD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5~10배 가량 높아 성인 ADHD 환자에 있어서는 중독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학회측은 ADHD 환자의 경우 유아-소아-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이미 적대적 반항장애나 우울증 등의 공존질환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아 ADHD 진단과 선행치료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근거 확립된 ADHD 치료는 ‘약물’ 뿐...1차 약물치료에 더해 다양한 지지요법 병행해야
문제는 ADHD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으로 정신건강의학과의사를 찾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ADHD 환자 가운데 치료나 상담을 경험한 경우는 17~18%정도에 불과했고, 그나마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만난 경우는 3%에 불과하다는 것.
학회측은 “ADHD 증상은 환경적 요인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발현될 수 있고, 공존질호나이 동반된 경우에는 ADHD 증상이 상대적으로 덜 나타날 수 있다”며 “따라서 자의적으로 현재 증상에 대해 판단할 것이 아니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으로 질환을 진단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입증된 치료법은 현재로서는 약물이 유일하다”면서 “따라서 ADHD의 1차 치료법은 약물치료”라고 역설했다.
이어 “약물치료에 비해 근거는 부족하지만, 부모 교육이나 인지 행동 치료 등 다양한 지지요법을 병행해 ADHD를 관리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약물치료는 환자가 스스로 자신을 통제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중단이 가능하고 재발하면 다시 치료할 수 있어 평생 복용해야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한, 마약 성분이 포함돼 중독성이 있는 약제는 국내에 반입되지 않아 안전하다며 ADHD 치료제에 대한 편견을 갖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학회 김봉석 이사장은 “ADHD는 전생에 주기에 걸쳐 다양한 증상으로 발현돼 일상 뿐 아니라 주변이나 사회, 경제적으로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며 “본인은 스스로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다지고, 가족 등 주변에서는 따뜻한 응원을 건네며 사회에서는 편견 없는 시선으로 환자를 바라보는 등 전 사회구성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