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지 않은 한국 어린이들
'아동의 행복감 국제 비교연구’ 15개국 중 가장 낮아
“남과 비교하는 분위기 속에서 위축된 결과”
수업을 마친 초등학생들이 책과 가방으로 소나기를 피한 채 귀가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hani.co.kr
한국 어린이들이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자신의 외모와 신체, 학업성적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와 사회가 정한 기준에 맞추느라 남과 비교하는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이 위축된 결과로 분석됐다.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는 ‘아동의 행복감 국제 비교연구’ 결과 한국 아동의 ‘주관적 행복감’이 조사 대상인 15개국 아동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을 포함해 루마니아, 콜롬비아, 노르웨이, 이스라엘, 네팔, 독일 등 15개국 아동 4만256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이 연구는 아동의 행복과 삶의 질을 측정하기 위해 15개국에서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국제연구로, 국제아동지표 연구그룹인 Children’s Worlds가 지표를 개발하고 표준화한 것을 각국의 개별 연구팀이 실무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한국 아동의 연령별 평균 ‘주관적 행복감’은 10점 만점에 각각 8.2점(8살), 8.7점(10살), 7.4점(12살)로 전체 최하위였다. 국가별로는 루마니아(9.6점, 9.3점, 9.1점) 아동의 행복감이 가장 높았고 이어 콜롬비아(9.6점, 9.2점, 8.8점), 노르웨이(8.8점, 8.9점, 8.7점) 순이었다.
연구팀은 아동의 종합적인 ‘주관적 행복감’과 별개로 범주를 나눠 △가족 △물질 △대인관계 △지역사회 △학교 △시간 사용 △자신에 대한 만족도도 조사했다. 한국 아동의 물질적 수준은 좋은 옷, 컴퓨터 등 9개 필요물품 중 평균 8.5개를 소유하고 있어 조사대상 국가들 가운데 2위로 최고 수준이었으나 그에 대한 만족도는 네팔, 남아공보다도 낮은 13위로 나타났다. 외모와 신체, 학업성적에 대한 만족감은 특히 낮아 10점 만점에 각각 7.2점, 7.4점, 7.0점으로 최하위였다.
연구팀은 “한국 아동이 가장 낮은 주관적 행복을 보이는 이유는 ‘자기 자신’과 ‘선택의 자유’에 대해 낮은 만족도를 보이기 때문”이라며 “아동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와 자신의 삶에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에 좀더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오는 21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리는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된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