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오리 신드롬’…부담감에 쓰러지는 명문대생들
부모의 지나친 기대와 간섭, 소셜미디어의 ‘비교’ 문화가 미국 명문대생들의 자살로 이어지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27일 보도했다.
13개월 새 6명의 학생이 자살한 펜실베니아대학은 지난해 초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점검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꾸렸다. 인기 많고 활동적이었던 한 신입생이 투신한 직후였다. 태스크포스는 올 초 보고서에서 ‘펜 페이스’(Penn Face)라는 우려스러운 캠퍼스 문화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펜 페이스’는 학생들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사용돼온 용어로, 슬프거나 스트레스를 받아도 늘 행복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비치도록 쓰는 일종의 가면을 일컫는다.
스탠퍼드대에서는 ‘오리 신드롬’이라고 불린다. 수면 위를 매끄럽게 나아가는 듯 보이는 오리가 물속에서는 끊임없이 물질을 하고 있는 모습에 빗댄 말이다. 듀크대 여학생들이 ‘눈에 보이는 노력 없이 똑똑하고 성취감도 높으며, 아름답고 인기까지 많은 사람이 돼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린다는 2003년 듀크대 연구 보고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수재들의 집합소에서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이 학생들에게 거짓으로라도 완벽함을 추구하도록 부추긴다는 것이다.
1년새 6명 발생 유펜은 TF꾸려
코넬·툴레인 등에도 잇단 자살
지나친 부모 기대·간섭 등 원인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9월 학기부터 툴레인대학에서 4명, 애팔래치아주립대 학생 3명이 자살했다. 2009~2010학년 코넬대학에서는 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미국질병예방통제센터는 미국내 15~24살의 자살은 2007년 10만명당 9.6명에서 2011년 11.1명으로 늘었다고 집계했다. 미국 대학 상담센터들은 센터를 방문한 학생의 절반 이상이 심각한 심리적 장애를 겪고 있으며, 2년 만에 13%포인트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도 내놨다.
코넬대학의 심리상담소의 그레고리 엘즈 소장은 잇단 학생들의 죽음에는 소셜미디어의 영향도 크다고 분석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를 남들과의 비교를 통해 가늠하려 한다는 사회적 비교이론은 수십년 전부터 존재했지만, 최근 고도로 계산된 모습만 드러내는 소셜미디어는 이 비교문화의 위험성을 더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은 모두 행복해 보인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고 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소셜미디어에 드러나는 모습을 보며 학생들이 ‘나는 가치가 없다’는 생각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자식들이 제 발로 일어설 기회를 빼앗는 ‘헬리콥터 부모’의 지나친 성공중심주의도 문제라고 꼽았다. 학생 주변을 맴돌며 감독하던 헬리콥터 부모에 이어 이제는 아예 자식 앞에 나타나는 장애물도 미리 제거해주는 ‘잔디 깎기 부모’까지 등장해 자식들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