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아니면 된다고? … 방관자의 침묵은 또 다른 ‘학교폭력’
지난해 11월 학교·성·가정폭력에 대한 예방과 교육, 사회적 약자의 보호를 위하여 보다 전문화되고 구체적인 대책의 실효성 확보 일환으로 일선 경찰서에 여성청소년과가 신설되었다. 필자는 현재까지 여성청소년과 과장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학교폭력의 많은 사례와 피해행위로 인한 가정의 눈물, 우리 주위에 많은 침묵의 방관자들이 있다는 것을 보고 느끼면서 과거의 안일했던 태도에 반성을 하고 있다.
학교폭력은 크게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라는 세 가지 그룹이 형성되어 있다. 실제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생들은 그 발생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장난이라고 치부하면서 가해행위를 반복한다. 피해자는 2차 피해가 우려되어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며, 방관자는 가해자가 아니며 자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걱정에 학교폭력에 대하여 침묵하는 것이 청소년들의 현실이다.
방관자 효과(傍觀者效果) 또는 제노비스 신드롬(Genovese syndrome)이란 말이 있다. 이는 주위에 사람들이 많을수록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게 되는 현상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이다. 또는 어떠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따라 판단하여 행동하는 현상을 의미하며, 대중적 무관심 또는 구경꾼 효과라고 하기도 한다.
과거 지하철 철로에서 떨어져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을 구하지 않고 동영상만 촬영하는 상황이 언론에 방영되었던 방관자 효과는 현대의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나만 아니면 돼’라는 말로 대변되기도 한다.
그러나 ‘나만 아니면 돼’라는 표현은 최근 많은 인기 예능프로그램에서 웃고 떠드는 장면으로 방송되고 있다. 이를 시청하는 학생들 또한 가벼운 마음으로 보고 있어 우리 사회가 이제 가치관을 형성하고 있는 학생들에 대한 배려 없이 방관자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학생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 어울리면서 우정, 책임감, 도덕의식 등 인생의 가치관을 정립하는 과정을 형성해 가는 우리 사회의 미래이다. 어른 사회를 보면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고, 그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우리는 미래를 주도할 청소년들에게 참된 어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학교폭력의 가해자에게는 강한 비난을, 피해자에게는 동정 어린 시선을 보내면서도 방관자에게는 지나치게 관대한 모습을 보이는 등 어른의 규범과 잣대로만 그들을 평가하고 단정하는 경향이 있다. 보다 많은 관심과 보호의 대상인 청소년들에 대한 어른들의 방관자적 모습이 반영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학교폭력을 하지 말자라고만 외쳤던 기성세대로서 많은 부끄러움을 느낀다.
‘나’보다는 ‘우리’라는 말, ‘나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이 많은 학교, ‘나만 아니면 돼’라는 의식보다는 ‘우리 함께 하자’라는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며, 그 역할은 우리 사회 어른들의 몫이자 시급을 다투는 문제다.
/이세일 광주 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