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쳤어', '죽고싶어' 생활노트 쓰는 日학생들
[日문부성 "이지메 발생 건수 역대 최다 수준"]
특히 초등학교서 많이 발생… 총 18만件 중 12만件 차지
피해 학생이 고통 호소해도 교사는 "힘내자" 상투적 대응
이지메 방지法까지 있지만 자살하는 학생 꾸준히 나와
일본 이와테(巖手)현 야하바(矢巾) 지역 중학교 2학년생 무라마쓰 료(村松亮·13)군이 지난 5·6월 두 달간 쓴 생활기록노트(학생이 학교 생활을 기록해서 교사에게 제출하는 노트)는 어두운 내용뿐이었다. "체육복과 교과서가 없어졌다" "얻어맞고, 목을 졸리고, 험한 말을 들었다" "세상에 나 홀로 있는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젠 지쳤어. 죽고 싶어" "죽어도 될까요?" "죽을 장소는 이미 정해 놓았다" 같은 극단적인 문구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담임교사는 생활노트에 "시험이 걱정되니? 힘내자" "내일부터 즐겁게 공부하자꾸나" 같은 상투적인 답글만 달아놓았을 뿐,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무라마쓰군은 지난 7월 5일 달리는 전철에 뛰어들어 자살했다.
<최근 5년간 일본 초·중·고교 집단 괴롭힘 적발 건수. 일본 초·중학교 등교 거부 학생 추이>
일본 교내(校內) 집단 괴롭힘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문부과학성(한국의 교육부에 해당)이 27일 발표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일본 초·중·고교에서 적발한 이지메는 18만8057건으로 역대 최다 수준이다. 특히 가해자 연령대가 낮은 초등학교에서의 이지메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초등학교에서 적발한 이지메는 12만2721건으로, 5년 전인 2010년 (3만6909건)의 3배가 넘었다. 문부성은 원래 올 6월 말 매년 통상적으로 실시하는 전국 초·중·고교 이지메 실태 조사를 종료했으나, 그 직후인 7월 무라마쓰군 자살 사건이 발생하자 재조사에 들어갔다. 피해 학생이 생활기록부에 계속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지만, 학교 측이 이를 교육 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재조사 결과, 전국 초·중·고교 이지메 피해 사례는 처음 집계한 수치보다 3만건이 더 늘었다.
일본에선 2000년대 중반부터 이지메 때문에 자살하는 학생들이 국회에서 쟁점이 될 만큼 교내 이지메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일본 국회는 2013년 교내에서 이지메가 발생할 경우 해당 학교가 교육 당국에 이를 의무적으로 보고하고, 이지메 때문에 자살 등 심각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엔 제3자 전문가 집단이 조사를 맡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지메 방지 대책 추진법'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이지메 적발 건수가 매년 증가세를 멈추지 않아 실효성은 별로 없다는 평가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최근 교육 당국은 이지메 발생 사실을 의도적으로 보고하지 않는 교직원을 엄격하게 징계하는 강경책까지 동원하고 나섰다.
오사카 교육위원회는 지난 8월 이지메 사실을 의도적으로 누락한 교직원에게 징계 처분을 내렸다. 오사카는 2011년 오쓰시(大津市)에서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이 집단 괴롭힘을 못 이겨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이지메 근절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피해 학생은 학교에서 실시한 이지메 실태 앙케트 조사에서 "급우들이 쉬는 시간에 '자살하라'고 했다"며 괴롭힘을 당한 사실을 알렸지만, 학교 측이 이를 무시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호된 비난을 받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오쓰시 교육위는 2013년부터 지역 내 초·중학교에 '이지메 대책 담당 교원'까지 별도로 두도록 했다.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학생을 일찍 발견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올해도 이지메 방지 전담 교사가 왕따를 당하던 여중생 한 명을 발견해 사전 예방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피해자들은 "이지메에 대한 교사의 (안일한) 인식이 바뀌지 않고서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무라마쓰군의 아버지(40)는 마이니치신문(每日新聞) 인터뷰에서 "교사가 학부모와 상담하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만이 교내 이지메를 막는 출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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