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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11-12 17:21
(뉴시스) - 대한민국은 정녕 자살공화국인가.
 글쓴이 : 한국청소년…
조회 : 15,140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대한민국은 정녕 자살공화국인가.

이 같은 오명을 벗으려면 어떤 방향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국민들이 스스로 삶을 포기하게 만드는 사회적 요인들을 변화시켜야 근본적인 자살예방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물질 위주 삶이 가장 큰 원인…경제적 절망감 해결돼야

한국자살예방센터 정택수 센터장은 11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한국 사회의 자살 문제는 결국 양극화와 빈부격차의 문제"라며 "결국은 저소득층과 빈민층 등 자살에 취약한 사람들에 대한 경제적 구제나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센터장은 "한국 사회는 물질 위주의 삶을 살고 있다"며 "특히 취업이 잘 안 되고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2030 세대의 자살률이 높아지고 있다. 청년취업 지원 등 정부 차원의 정책적 고민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사회적 자원의 균등배분 문제 역시 고려할 부분"이라며 "기업은 취업의 문을 더 열고, 정부는 사회복지 제도를 통해 모두가 고르게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사회 미래 '청소년'…자살 다룬 미디어에 고스란히 노출

한국 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들 역시 자살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특히 한국 청소년의 경우 학업 문제를 비롯해 또래 집단에서의 왕따 문제 등 복합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다.

국립중앙의료원 김현정 교수는 이와 관련, 청소년들이 복합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영향력 있는 미디어가 자살을 쉽게 다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자살을 미화하거나 영웅시하는 등 쉽게 다루는 언론과 드라마도 문제"라며 "미디어가 자살을 영웅시하면 충동에 약한 청소년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디어를 통해 자살을 접한 청소년들은 등장인물들이 아쉬워하고 슬퍼하는 표면적 모습만 보고 '내가 죽으면 모두가 슬퍼하겠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자신이 죽는다거나,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할 경우 어떤 문제에 부딪힐지 등 현실적 고려는 뒷전이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취지로 "과거 배우 고현정씨가 주연한 '여왕의 교실' 등에서 자살하려는 장면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선생님을 등장시켜 감동을 주며 미화하는 방식은 실은 드라마에선 방영돼선 안 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생명존중 문화 만들어야…"어떤 가치보다 생명이 우선"

물질이 중심이 되는 사회적 풍토를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청소년자살예방협회 이자영 교육담당은 "특히 청소년 자살의 경우 학업으로 사람의 모든 것을 평가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로의 전반적인 사회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자살예방총연합회 김영진 회장 역시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가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며 "어떤 가치보다 생명이 우선한다는 교육과 원칙을 젊은 세대에게 가르친다면 자살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한국 사회에선 영어나 수학 등 시험과목에 대한 공부는 많이 하지만 생명에 대한 교육은 미흡한 실정"이라며 "남을 죽이고 나 또한 죽이는 사회 분위기는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가 없을 때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중앙의료원 김 교수 역시 "현재 청소년들은 돈과 성공이 인생에서 가장 깊은 가치가 아닌데도 그게 전부인양 키워지고 있다"며 "공허한 가치관을 만드는 전반적인 사회 풍토가 자살을 쉽게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위험징후' 사전 포착 중요…심리상담 활성화 '절실'

자살 위험징후를 자세히 살피고 예방을 위한 심리상담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자살을 막기 위한 현실적 방안으로 제시된다.

김 교수는 "자살을 생각하는 이들 대다수는 주변 사람들에게 죽고 싶다는 얘기를 진지하게 털어놓는다"며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누군가가 죽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도와달라는 요청"이라며 "실제 자살까지 이르기 전에 생각을 바꾸도록 주변에서 관심을 갖고 유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 홍진표 센터장은 "절망감이 지나치게 많이 든다면 심각한 자살 예상 징후라고 볼 수 있다"며 "초조하고 충동적인 상태를 비롯해 자살 직전 우울증 또는 알코올 중독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자주 나타난다"고 위험징후를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자살 위험 징후가 있는 이들은 정신보건센터나 자살예방센터를 통해 무료로 상담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상담을 시작해야 차후의 문제 해결 방안까지 소개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때 받을 수 있도록 바우처 제도를 이용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위험 징후가 나타나는 이들이 도중에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일종의 무료쿠폰과 같은 제도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용문상담심리대학원 육성필 교수는 "예방센터 설치뿐만 아니라 바우처 제도를 통해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경제적 문제로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무료 서비스라도 양질의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육 교수는 아울러 "자살 문제를 정신질환자 모델로만 설명하는 문화를 바꿀 필요도 있다"며 "정신질환자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전문적인 기관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홍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mzer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