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사회硏 30개국 비교… 학교생활 만족도는 26위 그쳐
대한민국 아동의 슬픈 자화상
성적 경쟁에 내몰린 한국 아동들이 학업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가 세계 최고이고, 학교생활 만족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김미숙 한국보건사회연구위원이 발표한 ‘한국 아동의 주관적 웰빙수준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유엔아동기금 (UNICEF·유니세프)에서 조사한 ‘국가별 아동 삶 만족도’와 우리나라 아동의 만족도를 비교하는 방식을 통해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진이 실제로 유니세프가 2013년 발표한 ‘부유한 국가 아동의 주관적 웰빙’ 조사 결과와 같은 지표를 적용해보니,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학업스트레스 지수는 50.5%였다. 이는 둘 중 한 명은 학업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얘기로, 유니세프 조사 대상 29개국의 평균인 33.3%보다 17.2%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학업스트레스 지수가 가장 낮은 네덜란드는 우리나라의 3분의 1인 16.8%에 불과했다. 프랑스는 20.8%, 독일은 23.9%, 스위스는 24.7%로 유럽 국가 중 상당수가 평균보다 낮았다. 반면 스페인과 슬로베니아가 각각 49.4%와 48.9%로 한국의 뒤를 이었고, 영국은 42.1%, 미국은 40.6%였다. 학업스트레스 지수는 학업스트레스를 느끼는 정도가 4점 만점에 3점 이상인 아동이 전체 아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다.
학업스트레스가 높은 만큼 학교생활 만족도(학교를 매우 좋아한다고 응답한 아동들의 비율)도 낮은 편이다. 국내 아동들의 학교생활 만족도는 18.5%로 30개국 중 26위였다. 전체 평균은 26.7%로, 우리보다 낮은 나라는 체코와 핀란드, 이탈리아와 에스토니아뿐이었다. 만족도가 가장 높은 국가는 아일랜드(42.5%)였으며, 영국과 미국도 각각 27.6%와 30.7%로 평균을 웃돌았다.
학업스트레스는 높고 학교생활 만족도는 낮다 보니 국내 어린이들의 삶 자체에 대한 만족도 역시 60.3%로 매우 낮았다. 30개국 가운데 27개국이 80%를 넘었다.
반면 주관적 건강상태는 매우 높게 나타났다. 건강상태가 나쁘다는 비율은 2.6%, 최근 6개월간 두통, 복통, 우울 등 신체증상 8개 중 2개 이상을 주 1회 이상 경험했다는 비율은 4.6%로 각각 30개국 중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두 지표의 평균값이 각각 13.4%, 29.9%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 아동들은 스스로를 건강하다고 느끼는 정도가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 아동들의 삶의 만족도와 학업스트레스는 최악인 데 반해 주관적 건강상태와 신체증상은 최고인 극단적인 상황”이라며 “이러한 현상은 부분적으로는 고통에 대한 높은 인내심이나 학력 위주의 경쟁적 학교 환경 등 한국의 문화, 환경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11, 13, 15세를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한국 아동들은 2013년 기준, 유니세프 조사는 2009∼2010년 데이터를 기준으로 이뤄졌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