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감, 청소년 자살에 큰 영향…중학생ㆍ여학생일수록 고민 많다
우울감이 청소년 자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때는 자기효능감이 자살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중ㆍ고등학교로 갈수록 자기효능감보다는 우울감이 자살을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으로 분석됐다.
김원경 고려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한국 초중고생의 자살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변인’(한국청소년연구 제25권, 2014)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초등학교 4~6학년생과 중학생, 고등학생의 자살 생각의 원인이 각각 다르다는 것을 밝혀냈다. 청소년기의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요인을 발달 단계별로 연구했다는 점에서 종전 연구와 차별화된다.
총 8745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에 따르면, 남학생(17.4%)보다는 여학생(29.7%)이 자살 생각을 더 많이 했으며 시기적으로는 중학생(29.3%)이 초등학생(16.7%)이나 고등학생(24.7%)에 비해 자살을 생각한 적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4~6학년 남학생은 우울과 불안이 높아질수록 자살생각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 반면, 여학생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 스스로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믿음인 자기효능감이 높을수록 자살생각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기효능감이 자살을 부추긴다는 결론은 기존 연구들과 상반된 것인데, 초등학생은 아직 ‘자기(self)’ 개념이 확고하지 않은 발달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중ㆍ고등학생의 경우 우울감이 자살생각을 가장 부추기는 요인이었다.
남자 중학생의 경우, 우울감이 높아질수록 자살생각 가능성이 커지는 반면, 생활만족도, 정서조절, 주관적 정신건강이 증가할수록 자살 가능성이 작아졌다. 여자 중학생은 우울감과 스트레스 수준이 높을수록 자살생각이 많아지는데 비해 생활만족도와 낙관주의, 주관적 정신건강이 증가할수록 자살 가능성은 감소했다.
남자 고등학생도 우울감,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질수록 자살생각 가능성이 증가하는데 비해, 정서조절을 잘 할수록 자살생각 가능성이 낮아졌다. 여자 고등학생은 우울감, 불안 수준이 높을수록 자살 생각을 더 많이 하는 반면, 주관적 정신건강을 지각할수록 자살생각 가능성은 줄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한국의 자살 증가율은 12년 간 109.4%로 키프로스에 이어 세계 2위다. 2012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자살자는 28.9명이며, 청소년은 10만명당 29.1명이 자살해 평균치를 웃돌고 있다.
김원경 교수는 “자신이 스스로 지각하는 주관적인 정신건강 평가와 생활만족도가 높을수록 청소년이 자살을 생각하는 가능성이 낮아지는 만큼, 우울감을 줄이고 만족도를 높여 청소년 자살을 예방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yeonjoo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