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하는 10대들의 방어기제
자신의 잘못이나 문제를 부인하고, 남 탓으로 돌리는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인지가 발달하면서부터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이들은 인지 능력이 발달하고 자기 개념이 생기기사작하면서 바람직하지 못한 자신의 사고와 충동을 자기의 일부로 담아두기 어려워한다. 자기존중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실대로 말하기보다 ‘일단 문제를 숨기고 보자’는 심리 때문인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책략, 즉 방어기제는 어리고 미숙한 유아 때부터 나타난다. 서너 살 된 어린아이들도 수치심, 열등감 같은 감정은 피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바람직하지 않은 특성을 인물, 즉 엄마나 가까운 가족에게 던져버린다.
자라면서 아이들은 어떤 감정이나 욕구를 표현했을 때, 엄마나 아빠가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보고 좋지 못한 감정들을 억누르게 된다. 그리고 정상적인 발달과정을 겪으면서 자신에 대한 이미지가 일단 안정적으로 형성되면, 자신의 바람직하지 못한 특성을 통합한다.
만약 부모가 엄격하다면 이러한 억제와 억압기제는 더 강하게 자리 잡아서 욕구를 좀처럼 표현하지 않는 아이가 된다. 또 아동기에 부모의 적절한 보호와 지지를 받지 못하면 이에 따른 실망과 좌절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건강하지 못한 방어기제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것이 사춘기에 들어오면 교정되기보다 오히려 고착될 수 있다.
사춘기 아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어기제는 ‘과장’이다.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자지러지게 웃는다는 표현이 있듯이 10대들의 표현방식은 과장되어 있다. 사춘기는 열정이 강한 시기라 사소한 것에도 더 강렬하고 더 원초적으로 반응할 때가 많다. 아이돌 스타의 팬이 대부분 10대들인 것도 이러한 영향이 크다.
남자아이들은 술, 담배를 피우는 어른들 흉내를 내며 자기가 또래 중에서 제일 힘이 세다는 것을 은근히 또는 노골적으로 과시하기도 한다. 사춘기 아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방어적인 행동으로는 ‘물리적 도피‘ 라는 것이 있다. 이런 도피행동에는 문제행동을 저지르고 혼이 날까봐 집에 들어가지 않고 가출해버리거나 학교에 등교하지 않는 것 등이 해당된다.
물리적 도피 행동 못지않게 많이 나타나는 방어 행동은 ‘심리적 도피’이다. 어떤 아이들은 힘들어지면 어딘가로 숨어버린다. 물리적으로 가출을 하지 않더라도 친구나 가족 문제, 성적 걱정 등 현실의 복잡한 문제를 잊어버리기 위해 자기만의 세계로 도피해버리는 것이다. 토네이도와 같은 폭풍우가 지나가기를 바라면서 멀찌감치 숨어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현실을 회피하면서 인터넷에 빠져드는 것도 일종의 심리적 회피 방어기제가 작동한 탓이다. 인터넷에 몰두하는 10대 아이들의 심리상태를 분석해보면 자존감이 매우 낮고 우울감과 위축감, 자기 비하감에 사로 잡혀 있는 경우가 많다.
어떤 아이들은 술이나 마약 혹은 본드 등으로 일시나마 현실 문제에서 도피하려고 하며, 약물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 본드같은 물질은 아이들의 뇌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사춘기 아이들ㄹ이 많이 하는 공격적인 행동표출도 일종의 방어기제다. 공격적인 성향이 강해 그렇게 행동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실제로는 매우 유약하고 두려움이 많아서 그런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무의식적으로 화를 벌컥 내거나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아이들도 있다. 현실의 좌절과 실망,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폭력 패거리에 가입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아이들은 나쁜 일을 저질렀을 때 부모나 교사가 다그치면 적반하장 격으로 화를 내면서 공격적으로 돌변하기도 하는데 이는 내면에 불안과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어른들은 아이가 공격적인 행동을 한 것에만 관심을 갖는데, 이런 공격성과 적대감은 단지 이차적인 감정에 불과하다. 아이의 미숙한 방어 행동 이면의 감정에 접근해보자. 아이의 일차적 감정, 즉 아이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감정이 무엇인지, 아이가 느끼는 핵심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공감하며 접근해보면 심하게 화를 내며 행동을 표출하는 무서운 10대들도 양처럼 온순해 질 수 있다.
건강한 방어기제
아이들은 아직 인지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미숙해서 원시적인 방어기제를 사용하지만 어른이라고 해서 항상 건강한 방어기제를 사용하지만, 어른이라고 해서 항상 건강한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어른도 아이 못지않은 미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 무슨 일만 생기면 자신의 문제를 부인하고 남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바로 그렇다.
아이든 성인이든 자신의 바람직하지 못한 사고, 충동, 감정을 외부 즉 타인에게 투사하게 되면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 가장 극단적인 형태가 정신병 환자들이 사용하는 피해망상이다. 여기에 사로잡히면 쓸데없는 의심과 과잉 경계가 뒤따르며 외부자극에 안테나를 세우고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다.
건강한 방어기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아동기와 사춘기에 부모의 모델링이 매우 중요하다. 부모가 건강한 방어기제의 모범을 보여야 아이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정직하게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인식할 수 있다. 그리고 부모 스스로 적절한 욕구 표현과 억제의 균형을 보여야 아이 역시 욕구 표현과 억제가 조화를 이루는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마음을 챙기면 엄마 노릇이 편해진다 中, 이우경 지음, 팜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