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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1-22 15:41
금수저 흙수저 따지는 아이들…“형편 비슷해야 친구” 68%
 글쓴이 : 한국청소년…
조회 : 15,503  


금수저 흙수저 따지는 아이들…“형편 비슷해야 친구” 68%


현실주의에 물든 초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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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박준영 군(13)은 한 달 용돈이 2만 원이다. 더 풍족한 용돈을 받는 친구들이 부러울 때가 많다. 박 군은 “친구들과 용돈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엄마 아빠의 직업, 수입으로 화제가 옮아간다”고 했다. 그에게 “금수저, 흙수저가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박 군은 별걸 다 묻는다는 표정으로 “반 친구들끼리도 잘사는 집 애는 금수저, 그냥 그러면 흙수저로 부른다”며 “인터넷 찾아보면 금방 나온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6학년 김지민 양(13)은 “넓은 아파트에 사는 애들은 친구들도 잘 초대하고, 자신감도 넘치는데 아파트 평수가 작은 애들은 이야기도 잘 안 한다”고 거들었다. 그는 “친척들의 직업을 조사해 발표하는 과제가 있었는데 수업이 끝나고도 한동안 화제가 됐다”고 덧붙였다.

 


○ “너네 집 몇 평인데?”


아이들의 대화 속에 집 평수, 부모의 직업과 연봉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지방은 물론이고 서울에서도 부잣집, 가난한 집 아이들이 어울려 노는 것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학군(學群) 개념이 강해지고 부모의 경제여건에 따라 주거지가 나뉘면서 아이들의 교우 관계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본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만 10∼15세의 수도권 아동청소년 512명(초등학교 4∼6학년 260명, 중학생 2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나와 집안 형편이 비슷한 친구들과 사귄다’고 응답한 비율이 67.6%에 달했다. 친구의 부러운 점으로 응답자 셋 중 둘은 ‘똑똑한 머리’(37.7%)나 ‘외모’(30.3%)를 꼽았지만 ‘부모의 재력이 부럽다’는 응답도 21.5%나 됐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아이들은 인간관계를 돈으로 따지는 어른들의 행동을 자주 목격하고 이를 닮아간다”고 말했다. 부모가 왜곡된 가치관을 1차로 걸러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부모마저 이웃의 집 평수나 남의 연봉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말하면 아이들에게는 ‘돈은 굉장히 중요한 기준’이라는 가치관이 자리 잡는다는 것이다.

 

 


○ 웃자란 현실감…“돈 없이는 꿈도 못 꿔”


어린 시절부터 현실감각이 지나치게 발달하는 것도 ‘어른이’들의 특징이다. ‘돈이 없어도 나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데 공감한 응답자는 49.2%였다. 유미숙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과거 이 나이의 어린이들은 소원을 말해보라고 하면 공주, 통일, 장난감 등을 들었는데 요즘은 ‘부자’라고 하는 아이들이 가장 많다”며 “어른들의 가치관에 아이들이 자기도 모르게 젖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평생 먹고살 수 있는 돈이 있다면 나는 일을 안 하겠다’라고 한 응답은 41.4%에 이르렀다.

김지현 명지대 아동학과 교수는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생 시기는 아이들 스스로 행복의 순위와 자신의 장래를 고민해야 하는 때인데 스마트폰 등의 영향으로 어른들의 세계에 노출되다 보니 자아를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작은 역경에도 모래성처럼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들의 교육은 차고 넘치지만 ‘왜 성적이 안 오를까’ ‘우리 아이에게 어떤 직업을 갖게 할까’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른 학부모들을 만나서도 학원 이야기, 교재 이야기만 하지 말고 주인공인 아이들을 화제에 올리라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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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이 ::

어른과 어린이를 합친 신조어. 행동이나 말투는 어른 뺨치게 조숙하지만 속은 여물지 않은 아동·청소년을 일컫는다. 

 

‘어른이’들은 이성 친구를 사귀거나 외모를 가꿀 때도 진짜 어른들 못지않은 행태를 보인다. 초등학생 박서원(가명·13) 군은 여자 친구와 사귄 지 100일째 되던 날 커플링을 구입했다. 언젠가 대학생인 사촌 형이 끼고 있던 반지를 보고 판매처를 물어 외우고 다녔다. 가격은 20여만 원. 박 군은 이날을 위해 두 달 전부터 용돈을 한 푼도 쓰지 않았다.

‘빼빼로 데이’(11월 11일)를 맞은 초등학교 풍경도 바뀌었다. 좋아하는 이성 친구에게 학교 앞 문구점이나 편의점에서 파는 과자를 건넸다가는 면박을 당하기 일쑤. 특별한 선물을 위해 요즘 아이들은 ‘한정판 빼빼로’를 파는 대형 마켓을 찾는다. 정시우 군(13)은 “다른 친구들보다 더 특별한 선물을 하기 위해 먼 백화점까지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어른이’들은 이성 친구를 사귀거나 외모를 가꿀 때도 진짜 어른들 못지않은 행태를 보인다. 초등학생 박서원(가명·13) 군은 여자 친구와 사귄 지 100일째 되던 날 커플링을 구입했다. 언젠가 대학생인 사촌 형이 끼고 있던 반지를 보고 판매처를 물어 외우고 다녔다. 가격은 20여만 원. 박 군은 이날을 위해 두 달 전부터 용돈을 한 푼도 쓰지 않았다.

‘빼빼로 데이’(11월 11일)를 맞은 초등학교 풍경도 바뀌었다. 좋아하는 이성 친구에게 학교 앞 문구점이나 편의점에서 파는 과자를 건넸다가는 면박을 당하기 일쑤. 특별한 선물을 위해 요즘 아이들은 ‘한정판 빼빼로’를 파는 대형 마켓을 찾는다. 정시우 군(13)은 “다른 친구들보다 더 특별한 선물을 하기 위해 먼 백화점까지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영화나 드라마 속 연인을 위한 이벤트 장면을 재연하는 친구들도 있다. 김지원 양은 “한 친구는 사귄 지 100일째에 남자 친구가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한 장면처럼 스케치북에 사랑한다는 글자를 적어 이벤트를 해줬다며 자랑했다”며 “이벤트는 가벼운 뽀뽀로 마무리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화장, 다이어트 등 외모 가꾸기를 시작하는 나이도 초등학생으로 낮아졌다. 초등학생 채지원(가명·13) 양은 쉬는 시간이면 반 친구들과 화장 비법을 전수해주는 유튜브 스타 ‘씬님’의 영상을 챙겨 본다. 화장품을 사는 데 한 달 평균 2만 원 정도를 쓴다. 틴트 등 기초 화장품이 대부분이지만 눈 화장에 필요한 아이라이너도 틈날 때마다 산다.

 

 

김재형 monami@donga.com, 노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