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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1-26 14:48
거식증 걸린 중3녀, 근육약 먹는 고2남 “아이돌 닮고 싶어”
 글쓴이 : 한국청소년…
조회 : 15,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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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식증 걸린 중3녀, 근육약 먹는 고2남 “아이돌 닮고 싶어”

#요즘 서울 종암동에 사는 고교 2학년 김모(17)군의 가장 큰 관심사는 근육 키우기다. 아이돌 그룹 ‘엑소’의 멤버 시우민처럼 근육이 골고루 자란 몸을 갖고 싶어 벌써 1년째 한 인터넷 사이트 에서 ‘근육강화제’를 주문해 복용해 왔다. 김군은 “워낙 마른 체형이라 근육이 잘 생기지 않는 게 고민이었는데 근육강화제가 있다는 걸 알고 즉시 구입해 먹고 있다”며 “함께 운동하는 친구 3명도 같은 약을 먹고 있고, 구입법을 묻는 친구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군이 복용 중인 근육강화제는 수영선수 박태환씨의 18개월 선수자격정지로 귀결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제(‘테스토스테론’ 성분 함유)’의 일종이다.

 #경기도 시흥에 사는 중3 한모(15)양은 최근 거식증으로 병원을 찾았다. 다이어트 한약과 설사약을 먹고, 방울토마토로 끼니를 때워 가며 힘들게 10㎏이나 뺐으나 결국 탈이 난 거였다. 한양은 “먹으면 바로 요요가 올까 봐 불안해서 잠도 안 온다”며 “음식만 먹으면 토하고, 폭식하고 토하고를 반복한다”고 털어놨다.

중·고교생 등 청소년들의 외모지상주의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불법 약품 복용이나 과도한 다이어트로 인해 건강마저 심각하게 해치고 있다는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학생의 경우 온라인 ‘몸짱’ 카페나 중고 거래 사이트를 통해 스테로이드 약물을 거래하는 게 대표적이다. 스테로이드는 남성호르몬에 영향을 줘 불임이나 발기부전, 전립선비대, 여성형유방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국내에서 스테로이드 성분이 든 단백질 보충제는 제조·유통이 모두 불법이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근육강화보조제 정도로만 여긴다. 김군은 “부작용은 들어보지 못했고 구매는 한국에서만 불법이고 다들 괜찮다고 해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큰 키에 잘록한 허리, 가늘고 긴 다리 등이 미인의 기준으로 치부되면서 여학생들은 사실상 다이어트를 강요받고 있다. 2014년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청소년 건강 행태 온라인 조사 결과 여중·고생의 45.1%는 다이어트를 해봤다고 답했고, 설사약이나 이뇨제 등을 이용한 경우도 18.8%였다. 경기도 금오중 보건교사 박유선씨는 “얼마 전 한 여학생이 심한 복통으로 쓰러졌을 때 허리가 조이는 교복을 못 벗겨 그냥 구급차에 실어 보낸 적이 있다”며 “정상 체중인 아이들이 매일 보건실에서 체중을 재며 다이어트를 하고 심하게는 폭식증·거식증 같은 섭식장애에 시달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화장은 여중생에게도 필수가 됐다. 본지가 최근 서울·경기도 등의 3개 학급 10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응답자 중 80명이 ‘화장은 필수’라고 답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 최모(30)씨는 “청소년기 화장이 피부를 해친다는 얘기에도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며 “머리에 ‘헤어롤’을 말고 쉬는 시간에 일제히 화장을 하는 것은 일상”이라고 말했다.

 성신여대 채규만(심리학) 교수는 “외모지상주의가 교실을 파고든 데는 TV와 각종 동영상에 등장하는 아이돌 스타 모방심리 탓이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학부모들도 중·고생 자녀의 화장과 다이어트, 무리한 근육운동을 말리거나 관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기도의 한 중등교사는 “수업 시간에 화장하길래 화장품을 압수했는데 학부모가 ‘애가 예뻐지고 싶다는데 왜 단속하시느냐’고 항의해 놀랐다”며 “싼 화장품을 쓰면 피부가 망가진다고 좋은 화장품을 직접 사주는 부모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교사는 "학부모의 70~80%는 다이어트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딸이 뚱뚱한 것보다 어떤 옷을 입혀놔도 예쁜 게 낫지 않느냐고들 한다”고 했다.

 자녀들이 섭식장애를 호소해도 부모들이 단순 ‘의지박약’으로 생각해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인제대백병원 강재헌(가정의학과) 교수는 “처음에는 평범하게 다이어트를 하다가 점차 집착하며 섭식장애를 앓게 된 청소년이 꽤 된다”며 “1m62㎝에 32㎏인 상태로 병원을 찾은 학생이 ‘여기서 더 빼야 한다’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자녀의 섭식장애가 외부에 알려질까 우려해 치료를 받아도 보험 처리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청소년기에는 모든 다이어트가 건강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채윤경·조혜경 기자 pchae@joongang.co.kr